/최소영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농업연구사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증가하면서 펫코노미(petconomy)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반려동물 산업이 확장되고 있다.
특히 반려견을 가족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반려견 건강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그 중 반려견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화제가 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이란 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미생물과 미생물 전체 군집의 유전체 총합을 의미하며, ‘제 2의 게놈’이라고도 불린다.

예를 들자면, 우리 장내에는 무수히 많은 미생물이 존재하며, 우리가 알고 있는 유산균은 장내에 존재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중 좋은 영향을 주는 미생물이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사람의 소화기 질병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과도 연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반려견 또한 장내 미생물총과 건강이 연관되어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급성설사병에 걸린 반려견과 건강한 반려견의 분변 미생물 균총을 비교했을 때 급성설사병이 있는 반려견에서는 정상군에 비해서 블라우티아(Blautia), 패칼리박테리움(Faecalibacterium) 등의 미생물이 감소하고,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Clostridium perfringens)가 증가했다.
또한 급성 설사와 구토를 보이는 개에게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등과 같은 프로바이오틱스를 급여하였을 때, 급여하지 않을 때보다 빨리 정상 분변의 형태로 회복되었다. 

반려견의 장내미생물 균총은 장내 환경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아토피, 치매 등의 질환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토피 증상이 있는 반려견에게 유산균을 2개월 동안 급여했을 때 급여하지 않은 그룹보다 아토피 증상이 완화되었다.

또한 나이가 들어 치매 증상을 보이는 반려견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정상군의 반려견에 비해 액티노박테리아(Actinobacteria) 가 더 많이 발견되었다.
최근 국내의 한 회사는 반려견 마이크로바이옴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분변 속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을 통해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혈액이나 유전체 분석에서 나아가 마이크로바이옴을 통해 건강상태를 진단해주는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정부기관에서도 반려견 산업과 동물 마이크로바이옴에 관련한 연구개발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소, 닭 등의 경제동물의 소화기별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반려견의 체중, 건강상태 등과 같은 특징과 분변 마이크로바이옴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로 국내 반려견의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간은 살아가는 환경과 연령, 건강상태에 따라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다르다고 알려져 있다. 인간과 유사한 장내 균총을 가진 반려견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반려견도 견종과 키우는 가정의 환경, 건강, 노화 등에 따른 장내 마이크로바이옴과 적정 프로바이오틱스 섭취량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면역 및 대사성 질환과 마이크로바이옴 간의 상관성 연구와 이를 고려한 반려견 유래 맞춤형 건강 증진 유익균을 발굴하는 등 다양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이러한 연구들이 반려인과 반려견의 행복한 동행에 도움을 줄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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