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千年古都) 전주를 아시나요? 전라북도 도민 대부분이 전주를 천년고도라고 하는 이유를 잘 모르고 있다. 전주를 천년고도라고 하는 것은 후백제 견훤대왕이 889년 백제를 일으켜 세우고 광주선언을 한 뒤 900년 전주에 도읍을 정했기 때문이다. 후백제의 궁성과 도성을 전주에 세웠기 때문에 전주를 천년고도라고 부르는 것이다. 천년이 아니라 이보다 백년이 더 긴 천백21년의 고도인 셈이다. 

전주 사람들도 천년고도라 부르는 이유를 모르는 가운데 후백제 역사는 크게 소외된 채 대한민국 역사 정립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2020년 6월 9일에 제정되고, 지난 6월 10일부터 시행된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에서 후백제권이 고스란히 빠졌기 때문이다. 이 법은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마한 그리고 탐라역사문화권만을 대상으로 한다. 후백제가 특별법 대상에서 빠진 것은 그야말로 불가사의다. 법 제정자들의 역사인식이 부족한 탓인가? 그렇지 않으면 일부 지역의 짬짜미의 결과인가? 

 후백제는 48년 동안 후삼국시대를 선도하고 역사의 중심에 서있던 고대왕국이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의 이도학 교수는 38년 동안 지속됐던 중국의 수나라보다 오래된 역사라고 강조한다. 신라 중심의 사관으로 공정성 시비가 있는 『삼국사기』마저 “견훤대왕이 삼한 지역을 순행하며 백제라는 나라를 회복했으며, 백성들이 평안하고 화목하게 됐으며, 먼 데나 가까운 데를 준마처럼 달려 공업(功業)이 거의 중흥(重興)에 이르렀다.”고 높게 평가했다. 후백제는 신라, 고려와 함께 후삼국의 중심 국가이다. 그만큼 전주를 중심으로 하는 후백제 권역은 특별법에 포함돼 정비사업을 벌이며 대한민국 역사의 정통성을 세워야 할 것이다. 

전라북도에 따르면 도내 후백제 유적지는 전주 34개를 포함해 모두 59개에 이른다. 사적지는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 남고산성, 익산토성, 고사부리성, 진안 도통리 청자요지 등 6개나 된다. 전라북도 지정 문화재도 동고산성과 미륵산성, 장수 합미성과 침령산성, 임실 월평리 산성 등 8개이다. 이와 함께 궁성지로 추정되는 전주 인봉리 일대와 우아동 무릉고분 등 전주지역을 중심으로 지정되지 않은 유적지도 즐비하다. 그야말로 고고학으로 풀어보는 후백제 역사는 끝이 없다.   

이에 대해서 전주시를 비롯해 완주, 진안, 장수와 충남 논산, 경북 문경, 상주 등 7개 자치단체는 26일 전주에서 후백제문화권 지방정부협의회를 발족하고 특별법에 후백제권을 추가하는 일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그리고 내년 2월 특별법에 후백제권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게 할 계획이다. 전라북도의 계획안에 따르면 내년 12월에 특별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모든 조처는 사후약방문격으로 너무도 더디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경쟁에 후백제권을 특별법에 포함시키는 공약조차 제시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전라북도가 제시한 65개 공약에도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공약은 포함되지 않았다. 천년역사문화·여행체험 1번지 공약안에 마한史 발굴·정비 및 활용이 포함돼있는데 마한史는 BC 1세기에서 AD 3세기 사이의 역사인 점을 소홀히 취급한 느낌이다. 천년역사문화라기 보다는 2천년역사문화라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후백제권을 특별법에 포함시키고, 궁성을 복원하는 등 후백제 역사바로세우기 사업이 대통령선거 공약사업으로 반드시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신라의 수도인 경주에서는 신라왕경복원·정비사업이 2014년부터 2035년까지 일정으로 1조 5천억 원을 들여 추진되고 있다. 후백제의 수도인 전주에서도 후백제왕경복원·정비사업이 내년부터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궁성 추정지인 인봉리 일대가 후백제 한옥마을로 되살아나 역사를 바르게 세우고 관광경제도 일으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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