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희망의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고 이로 인해 한국 사회에선 아무리 노력해도 본인세대는 물론 자식의 세대에서도 이같은 불행한 삶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 예상을 하는 국민이 전체의 과반을 넘고 있다는 통계청의 ‘2021년 사회조사결과’가 충격을 줬다. 그리고 이런 세대 계층의 경제적 지위 상승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높다고 본 사람은 상층 55.9%였던 반면 하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14.9%에 불과했고 이는 자식들의 계층상승 가능성에 대한 전망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상층은 긍정이 많았고 계층이 낮을수록 기대치가 낮아지는 ‘희망한국’ 양극화에 대한 대책마련의 시급성을 언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같은 ‘밝은 미래에 대한 포기’가 하층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 10명중 8명을 넘고 있는 현실이 이해가 되는 우울한 연구 결과가 다시 나왔다. 가구의 소득 수준이 낮으면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할 확률이 최소 70%에 이른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간한 ‘조세 재정 브리프-대학 입학 성과에 나타난 교육 기회 불평등과 대입 전형에 대한 연구’에서 주병기 서울대 교수 등 연구진은 2000∼2011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12개 집단의 ‘지니 기회 불평등도’(GOI)와 ‘개천용 기회 불평등도’(RRI)를 분석했다. 그리고 가구 환경이 좋을수록 대학입학 성적과 우월한 기회를 얻었고 특히 명문대 진학의 계층 간 격차는 매우 커 출신 가구가 최하위 계층일 경우 타고난 잠재력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회 불평등 때문에 명문대 진학에 실패할 확률이 적어도 70%에 달한다는 결과를 내놨다. 부모의 사회적배경이나 경제적 여력 등의 개인 선택과 무관하게 타고난 환경에 따라 미래가 좌우될 수 있다는 현실이 재차 확인된 셈이다.

명문대 진학이 반드시 인생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 해도 가능성과 기회의 측면에서 분명 유리한 조건임은 부인할 수는 없기에 참으로 불편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부모의 부와 지위가 자녀에게 세습되는 사회에 역동성은 없다. 여기에 태어나 보니 하층민이란 이유로 높은 곳은 꿈조차 꾸지 못하는 상황을 맞는다면 이는 너무 비참하다. 계층상승 기회의 첫 사다리라 할 수 있는 교육마저 흔들리는 상황만큼은 정말 막아야 한다. 지금의 한국은 교육받은 개천의 용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잊어선 안 된다. 균등한 교육기회 보장 정책,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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