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를 중심으로 한 후백제 문화권 조성은 오랜 숙원이었다. 900년 전주에 정도한 후백제는 전후 45년간 지속한 후삼국 중 하나다. 존속 기간이 짧았던 데다 일부 역사 기록이 건국자인 견훤을 폄훼하는 바람에 세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후백제는 군사적으로 강국이었을뿐더러 외교와 문화, 이념적으로 아주 발달한 나라였다. 이런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후백제를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마침 ‘후백제 문화권 지방정부 협의회’가 26일 전주에서 출범했다. 전주를 비롯해 완주, 장수, 진안군과 경북의 문경, 상주 그리고 충남 논산 등 7개 시군이 참여했다. 협의회는 앞으로 연 2회 정기 모임을 갖고 후백제 문화유산에 대한 조사, 발굴, 학술연구는 물론 이들 지역을 묶는 관광상품 개발에도 힘을 쏟기로 합의했다. 장기적으로는 당시 후백제에 속했던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참여시키고 ‘역사문화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에 후백제 문화권 포함도 추진할 계획이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다. 사실 후백제 문화권 이야기는 아주 오래된 이슈다. 그만큼 상당한 성과도 있었다.

전주의 경우 여러 건의 지표조사 등을 통해 왕도 전주의 고고학적 발굴에 노력을 기울였다. 그 덕분에 동고산성이나 무릉 고분군, 우아동 사지, 서고산성 추정 서문지 등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후백제 테마파크 조성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도 완성단계로 전해졌다. 또 경북 상주 문경의 경우에도 견훤의 유적지 정비나 관련 개발 용역 등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학술 연구 면에서도 진전이 많았다. 전주 동고산성을 중심으로 왕성과 궁궐의 윤곽이 드러나고 장수 침령산성, 남원 실상사 편운화상 승탑, 광주 무진 고성의 봉황무늬 수막새 등등 문화재들도 빛을 보았다.

이제 속도를 내야 한다. 가장 서둘러야 할 일은 ‘역사문화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에 후백제를 포함하는 것이다. 이번에 뜻을 같이한 지방정부는 물론 학계, 정치권과 지역 시민단체 등이 모두 적극 나서야 한다. 그것이 묻힌 역사를 복원하고 나아가 지역의 정체성 확립에 좋은 기초가 된다. 그러려면 그간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유물이 적고 기록도 빈약하지만 체계적인 정리를 하면 우리나라 역사문화의 한 장으로서 손색이 없는 게 바로 후백제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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