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과와 지방자치연구소가 국내 재계와 학계를 대표하는 명사들을 초청해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10배의 혁신’을 고민하는 기획이론특강에 강호진 주한 네델란드대사관 농무관과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가 전북농업의 미래를 가늠했다.

30일 전북대 진수당을 찾은 강호진 농무관과 김슬아 대표는 한결같이 “기존의 방식으로는 급변하는 농업과 식품 트렌드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해법으로 강호진 농무관은 ‘촘촘한 협력’을, 김슬아 대표는 ‘끊임없는 혁신’을 주문해 관심을 모았다. 전(前) 국토교통부 장관인 김현미 초빙교수가 담당하는 기획이론특강은 국내 저명인사들과 함께 전북의 미래를 혁신적으로 그려보는 ‘문샷씽킹(moonshot thinking)’을 구체화하는 데 주력한다.

강호진 주한 네델란드대사관 농무관의 ‘농업강국 네델란드의 도전’

“우리 농업이 토지생산성에 치중하는 반면 네덜란드는 농민들의 소득향상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에 힘입어 네덜란드의 농촌과 도시는 소득격차가 크지 않고, 농촌에 지속적으로 인구가 유입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네델란드의 농업경쟁력 격차가 벌어진 이유가 뭘까요.”

강호진 주한 네덜란드대사관 농무관은 “치밀한 전략과 뚝심으로 세계 최고를 지향하고 있는 네덜란드 농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호진 농무관은 “네델란드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농식품 수출액이 두 번째로 많은 농업강국”이라면서 “네델란드의 농업경쟁력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는 정부정책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강호진 농무관은 “네덜란드의 농업정책은 일단 한 번 결정하면 100년 동안 지속된다”면서 “과거 소농과 토지생산성에 매달렸던 네델란드는 1950년 이후 경지정리 프로젝트를 통해 농가당 경지면적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정부·민간·연구기관 3자간 협력을 통해 농업 기술을 높이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정권교체가 여러번 이뤄졌지만 정책의 큰 줄기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면서 “경지정리 프로젝트도 70년 넘게 뚝심있게 추진한 결과 최근까지 농지의 절반 가량을 갈아 엎었다”고 밝혔다.

그는 “농업을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부르는 이유를 네델란드 농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면서 “현재 네델란드는 AI정밀농업·자율재배·기계화·순환농업을 통해 세계 최고의 지속 가능한 농업 경쟁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농업에 대한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규모에 코로나 극복 모범국이자 세계적인 한류스타를 배출하는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했다”면서도 “농업에 대해서는 여전히 낙후를 면치 못하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농업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세계경쟁력 지수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세계경쟁력지수는 141개 나라 가운데 13위이고, 네델란드는 4위입니다. 특히 한국이 취약한 분야는 사회적 자본·부패지수·정부정책 지속성으로, 각각 78위·42위·76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결국 한국사회는 물과 기름처럼 서로 협력하지 않고 겉돌고 있다는 점을 읽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국내 농업정책은 자주 바뀌고, 농업인구 고령화도 두드러집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도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습니다만, 농업도 중소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한국농업은 효율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혁신이 부족했던 탓에 농산물 가격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됐다”면서 “소득을 올리려면 청년층이 유입되어야 하고, 규모화와 더불어 자동화·스마트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민간·연구가 서로 신뢰하고 소통하는가’, ‘정부가 시장을 이해하고 있는가’, ‘정부가 공공·기반·약자보호·기후변화 등 스스로의 할 일을 했는가’, ‘민간은 사회적 책임을 다했는가’ 등에 대한 사회적 고민과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의 ‘식품소비 트렌드로 본 전북농업의 가능성’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30일 “제품과 상품의 차이를 정확하게 구별하지 못하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살수 없다”고 못박았다.

“생산자는 원석을 닮은 제품을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으로 업그레이드 시키지 못하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마켓컬리에서도 샐러드 시장은 무척 경쟁이 치열합니다만, 1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업체가 나옵니다. 잘 만들어진 상품은 예외 없이 비슷한 공식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압도적인 매출을 올리는 상품들은 다른 업체들에 비해 아주 조금 더 잘하는 정도입니다만, 사소한 차이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악마의 디테일’로 잘 알려진 김슬아 대표는 ‘새벽배송’을 앞세워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으로 급성장한 마켓컬리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다. 김슬아 대표는 “오프라인 장보기와 온라인 장보기는 접근법부터 달라진다”면서 “마켓커리에서는 고객을 유저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에서 장보기는 상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반면 매장이 문을 여는 시간에만 이용이 가능하고, 상품이 진열되는 동안 품질이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장보기는 클릭 한번에 간편하게 주문이 가능합니다. 그런 점에서 고객과 유저의 행동은 다릅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50대 주부도 온라인에서는 MZ세대처럼 행동합니다. 모든 장보기의 근본은 좋은 상품을 골라 가장 신선한 상태로 받아보는 것입니다. 좋은 상품은 높은 품질과 최선의 가격을 충족하는 상품을 말하고, 여기에 편리하고 신선한 배송을 만족시키는 플랫폼이 온라인 장보기입니다.”

김슬아 대표는 “식품시장의 온라인 전환이 가파르게 진행중”이라며 “이제는 이같은 시장변화는 거스를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식품 구매 트렌드가 ‘더 빠르게, 더 자주, 더 쉽게’의 영역으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면서 “산지에서 식탁까지의 거리가 비약적으로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은 전국의 식재료를 지역제한 없이 구매하고 있으며, 소용량·소포장 선호 및 밀키트·간편식 인기도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재료를 별도로 다듬지 않아도 되는 상품군에 대한 성장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인해 간편식 시장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정 밀키트의 인기가 확산되면 밀키트에 들어가는 재료들의 가격도 오르는 경향이 뚜렷해집니다. 실제로 떡볶이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쌀값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쌀을 적게 소비한다고 합니다만, 볶음밥·주먹밥·떡볶이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릅니다.

한발 더 나아가 이제는 유명 맛집의 메뉴를 집에서 경험할 수 있는 레스토랑 간편식인 PMR(restaurant meal replacement) 열풍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포스트코로나시대에도 간편식 시장은 더욱 확장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는 그러면서 “MZ세대가 등장하면서 사회에 기여하는 상품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단순히 상품의 경제적 가치를 떠나서 사회적 가치에 기여하는 상품들에 대해서도 고객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기술과 데이터가 있는 마켓컬리의 경우 생산자들보다 시장트렌드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시대의 유통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현미 초빙교수는 “이제는 지역농업과 지역의 식품생태계도 새로운 트렌드에 걸맞는 대응논리를 찾아야 한다고 본다”면서 “오늘의 강의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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