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가 1950년대 한국 영화의 메카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많은 영화인들이 전주로 왔다. 이강천, 한형모, 강중환, 최성관 감독 등 당대 내로라하는 영화 감독들이 전주에서 활동했다. 배우로는 허장강과 이예춘 등이 있었다. 전주를 빼놓고 한국 영화 역사를 말하기 어려운 연유다. ‘아리랑’, ‘피아골’, ‘선화공주’,‘오발탄’ 등 수작들이 전주를 중심으로 한 전북에서 제작됐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전주를 1950년대 할리우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특히 피아골은 기념비적인 작품이었다. 이강천 감독은 제작자 김병기와 함께 지리산 빨치산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자는 데 합의하고 어렵게 돈을 마련했다. 김진규, 노경희, 허장강과 이예춘이 캐스팅 되고 천신만고 끝에 영화는 완성을 보았다. 곧 용공논쟁에 휘말려 개봉까지 고비가 많았다. 흥행도 시원치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데올로기와 인간성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수작으로 꼽힌다. 당시로서는 대단한 모험이었다.

하지만 영화도시 전주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서울 수복 후 전주에 있던 영화인들이 대거 귀경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전성시대가 망각 속으로 묻혀버린 것이다.

과거 명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도민들의 열망은 2000년 결실을 맺었다. 바로 전주국제영화제의 창설이다. 당시 전북은 ‘영상 산업 수도’를 꿈꾸고 있었다. 몇몇 뜻있는 이들이 중심이 돼 피아골 영화제를 제안했고 지자체가 이에 호응해 전주국제영화제가 탄생한 것이다.

전주 국제영화제는 출범 당시 디지털, 대안영화, 독립영화를 표방했다. 그 컨셉은 다소 변화를 겪었지만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다시 말해 성공적인 포지셔닝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4대 영화제로 성장하면서 국내외의 호응을 받는 양상이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가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권위를 자랑하는 42회 청룡영화상에서 18개 부문 중 여우주연상 등 5개 부문을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들이 석권했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 ‘세자매’에 출연한 배우 문소리, 김선영이 각각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을 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또 영화 ‘낫아웃’의 정재광은 신인남우상,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의 공승연은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이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이제 본궤도에 접어들었다는 증좌다. 영화제는 원래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고 숨겨진 명작을 찾는 역할을 한다. 또 마켓을 통해 영화산업의 발전에 기여한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선전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영화 도시 전주의 부활과 함께 전북 브랜드 가치 향상에 전위대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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