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을 일컬어 각박한 세상이라고 한다. 복잡다변화된 사회구조이다 보니 그렇다고 한다. 요즘엔 생활의 여유도 없어졌다. 계절과 사람이 따로 가면서 태초에 아름답게 형성돼 온 자연도 잊고살아온지 오래다. 그만큼 생활이 여유롭지 못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이다. 산처럼 여유로운 공간이 없다. 속박한 우리네 사회이라지만 산은 자연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계절따라 변화의 모습을 보이는 산, 사람은 산과 함께 맥을 함께 해 왔다. 무주군 무풍면에 가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아주 단촐한 시골마을인 하덕마을이 있다. 예전엔 상당한 인구가 모여 있어 학교 학생수도 많았고 면단위, 마을단위 활발한 모임도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마을의 결속을 다져온 세시풍속도 사라져 가는 모습을 볼 때 안타깝다고 토로하는 마을주민도 있었다. 이들의 아쉬운 시선속에서도 지금까지 존재하게 한 큰 원동력이 됐다. 끈끈한 소통과 함께 산의 기운을 탄 마을의 후덕한 인심을 먹고 살아왔다고 전한다. 가을날 무주군 무풍면 하덕마을을 찾아 옛 인정이 고스란히 묻어 난 곳곳을 찾아 봤다.

# 산의 정기 타고 인정이 넘치는 마을만들기 앞장 서

기자가 마을 어귀에 도착했을 때 가을하늘이 눈부시다. 저만치 가을 바람을 타고 몰려 오는 산 바람이랄까 해의 눈부심에 눈을 비비니 살결에는 어느새 산 바람이 맞은 듯 하다. 상쾌한 마음이 절로 든다. 저만치 아스라이 보이는 산이 바로 삼봉산이란다. 때 마침 밭일을 하고 있는 마을 주민이 친절하게 대해준다. 그리고 눈에 펼쳐진 삼봉산을 가리키며 삼봉산을 소개한다. 삼봉산은 예로부터 소금강이라 부를 만큼 산 경치가 빼어났다.
산 높이가 1186m에 이르는 비교적 아담한 산이지만 삼봉산에 얽힌 전해져 오는 이야기가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삼봉산은 백두대간에 걸쳐 있어 예로부터 명산으로 불리우고 있다. 전북 무주군과 경남 거창을 경계를 이루는 산이기도 하다. 그 곳엔 남쪽에 자리 잡고 있는 금봉암이라는 절이 등산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150여 년 전 해인사 여신도가 백일기도 끝에 점지 받은 자리에 세운 암자로 금빛 찬란한 봉황이 기도 처를 세 번 왕복했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절과 산 모두가 나한도량이라 하여 기도처로 이름이 나있기도 하다.
이 산은 불심, 산심, 무심의 삼심이 깃들고 금봉암을 들러리한 바위무리들은 병풍처럼 둘러져 봉황의 산세를 이룬다. 칼바위, 장군바위, 석불바위, 부부봉, 문바위, 투구봉, 용바위, 노적봉, 칠성봉들이 모두 셋씩 나란히 짝을 짓는다.

세 개의 영험스런 바위 샘물이 솟아나 목을 축일만한 데 모두 신령스럽고 영험스런 샘물이라고 하며 천지인을 우러른 삼신사상과 인연이 깊다. 정상의 줄기에는 밑동이 큰 떡갈나무들이 주종을 이루며 억새밭과 잣나무 숲이 펼쳐지고 정상에 서면 덕유산의 웅장한 모습이 펼쳐진다. 또한, 백두대간의 한 봉우리로 그 명성이 높다. 그래서 제2의 덕유산이라는 말도 있다.
산행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가파르고 낙석의 위험이 있는 칼바위쪽으로 올라 바위굴 샘을 거쳐 억새능선을 타고 오르는 코스와 삼성각 오름길에서 북쪽 용바위 용굴을 비켜 오르는 능선 길 코스가 있는데 8km에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또한 덕동마을회관을 축으로 해서 남쪽으로 향하는 길목에 ‘마음부자길’이 들어서 있다. 삼봉산은 말 그대로 3개의 봉우리로 이뤄진 산으로 사람들이 살기에 가장 쾌적한 해발고도 700m 부근에 위치한 상중턱 숲속 길이다. 상봉산 산줄기 아래 복수~안실~덕동마을로 이어지는 둘레길이다. 바람이 불었을 때, 일렁이는 나뭇가지는 걷는 이에게 나무의 향기를 전해준다. 몸과 마음은 어느새 부자가 되어 발걸음도 새로워 짐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마음부자길은 걸음마다 마음의 짐을 훌훌 털고서 모두 마음부자가 되어 걷는 둘레길이다.

# 옛 덕지초등학교 운동장에 줄 선 아동들이 아른 거린다

한 때 학생들로 북적북적했다는 옛 덕지초등학교 운동장에 도착했다. 입구서부터 100여년 연령으로 보이는 소나무가 먼저 기자를 반긴다. 마침 작업을 하는 주민으로부터 예전의 덕지초등학교에 대한 상황과 교육환경을 전해 들었다. 덕지초등학교 29회 졸업생이기도 한 이 주민은 “한 때 학생수가 800여명에 이른 만큼 교실과 교정에 생동감이 넘쳤다”라며 옛 추억을 더듬었다. 하지만 인구수가 줄면서 전통의 맥을 이어가던 덕지초등학교도 폐교를 피해가지 못했다. 지금은 무주정보센터가 들어서 무풍면 일대 청소년들의 정보의 산실로 거듭나 있다. 지난 1999년 폐교한 덕지초등학교 운동장에는 학생들 대신 60년 연령돼 보이는 은행나무 4그루가 서 있었다. 이 학교 출신의 또 다른 주민은 “지금은 폐교되어 학생들을 볼 수 없지만 예전엔 운동회를 할 때면 마을의 큰 행사로 치러지면서 마을주민의 소통과 즐거움을 만끽했던 공간이었다”라고 소개했다. 또 “어린 학생들의 배움의 터로 자리매김되면서 많은 지식인들을 배출해 낸 훌륭하고 자랑스런 학교였다”라고 옛 어린시절과 학교의 학창시설을 떠올렸다.

# 무주군 무풍면 하덕마을은

안방마을회관 옆에는 그토록 마을주민들이 원하던 ‘농산물 공동수집장’이 설치되면서 농산물 수거와 판매 과정에서 봉착했던 스트레스가 해소 됐다. 군이 나서 수집도 하고 판매도 함에 따라 그만큼 수작업에 의존하면서 힘들어 했던 과정들이 해소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에 올해 9월, 공동수집장이 개소되자 크게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농촌마을의 연로한 어르신들이 겪었던 유통체계가 크게 개선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과를 재배하면서 미래 꿈을 설계하고 있는 하덕마을은 경상남도와 인접해 있는 마을로 갈마, 덕동, 안실이 합쳐져 하덕을 이룬다. 무주군에 속하고 있으나 교통망과 지리적 특정상 생활권은 경상남도 거창군이다. 당초 금산군 횡천면에 속했던 마을로서 이 지역의 마을이 최초로 형성돼 덕동을 중심으로 덕지리가 이뤄졌다. 대덕산 남서쪽 골짜기에 위치한 마을이라 하여 대덕산의 덕자를 따서 덕동이라 부르게 됐다. 마을주민은 약 100여명으로 마을주민 전원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지대가 높아 고랭지 농업을 주로 하고 있다. 이들 마을주민들은 내일의 푸른꿈을 설계하고 있다.
/최병호기자·hoya0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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