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술은 신사라는 멋진 말에 의미가 있었던 시대에 아마 그 신사의 조건이었을 것 같은 상태로 영혼을 고양시킨다. 사람을 우아하고 가벼운 동시에 깊게, 그리고 사심이 없게 만들어준다. 샴페인은 사랑을 부채질하고, 사랑의 상실에 고상함을 부여한다.”

벨기에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샴페인 친구’라는 작품의 한 구절이다. 줄거리는 자신의 팬 페트로니유와 만난 아멜리가 샴페인을 예찬하며 술에 취한다. 그들은 그 밤에 만취한 채 온갖 기행을 벌인다. 이후 아멜리는 페트로니유의 작품을 프랑스 문단에 소개하기 위해 애를 쓰고 결국 성공한다. 하지만 경쟁 구도가 되면서 두 사람 사이는 벌어지고 아멜리는 페트로니유가 쏜 총에 맞아 시체가 된다.

좀 엉뚱한 결말이지만 샴페인과 문학이 교집합을 이루는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평이다.

이처럼 샴페인은 아주 낭만적인 술이다. 프랑스 샹파뉴지역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인데 샹파뉴의 영어 발음이 바로 샴페인이다. 신맛이 강하고 예리한 맛을 지닌 샴페인은 축하와 행사, 손님 초대 등에 사용된다. 물론 연인들 간의 가슴 설레는 순간에도 늘 등장하는 와인이다. 긴 튤립 모양의 잔에 따라 마셔야 기포가 풍성하게 올라오며 제맛과 향이 난다.

원산지 프랑스에서 샴페인이 등장한 시기는 17세기다. 샹파뉴 한 수도원에서 수도사 동 페리뇽이 봄에 발효돼 터져버리는 와인을 보고 스파클링 와인을 연구해 만들었다. 그는 또 기포를 만들어내는 탄산가스를 보존하기 위해 코르크 마개도 개발했다. 이에 힘입어 이후 19세기에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했다.

스파클링 와인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생산된다. 얼마 전에는 러시아가 자국 생산 와인에만 샴페인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법률을 만들어 시행에 들어갔다. 외국산이 많이 들어오는 것을 막자는 의도라고 한다. 하지만 원조격인 프랑스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유럽 여러 나라까지 가세해 러시아의 조치에 항의하는 양상이다.

연말을 맞아 우리나라에서 샴페인이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편의점들에서는 한 병에 6-7만 원씩 하는 샴페인이 수만 병씩 팔려나간다. 와인 커뮤니티도 북적거리고 급기야 편의점 측은 급히 수입물량을 확보해 들여오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샴페인이 내년에도 대세를 형성할 것으로 보는 모양이다. 아직 세계적 명주가 없는 우리로서는 부러운 대목이다. 부디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K-알코올이 탄생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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