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왕조의 기틀을 놓은 태종 이방원

오피니언l승인2021.12.19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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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 예원예술대학교교수·전전주역사박물관장

조선초 정치사로 학위를 하면서 태종 이방원을 새롭게 만났다. 태종이 정치를 어떻게 풀어갔고 그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흥미롭게 다가왔다.
지난 주말 KBS1 TV에서 ‘태종 이방원’ 사극을 첫 방영하였다. 그간 조선건국사를 다룬 사극으로 용의 눈물, 정도전 등 여러 편이 제작되었지만 태종이 주인인 한 사극은 없었다.  이성계, 정도전, 이방원은 조선 창업의 핵심 인물들이다.

태조 이성계와 정도전은 나라를 세웠고, 태종 이방원은 건국직후의 혼란을 수습하고 새나라의 기틀을 정립하였으며, 세종은 새왕조의 창업이념에 맞게 조선을 유교사회로 만들었다. 그들은 시대가 부여한 자신의 역할을 잘 감당하고 수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감내해야 했다. 태조는 고려 왕실을 도륙해야 했고 자식들간의 골육상쟁을 겪어야 했다. 태종은 자신을 왕위에 올린 수많은 공신들을 처단해야 했고, 장남 양녕대군을 세자자리에서 폐위시켰으며 처남인 민씨형제 4명을 죽여야 했다. 세종은 왕위에 있으면서 상왕 태종이 자신의 장인 심온을 처단하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조선건국사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이가 태종 이방원이다. 이방원은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왕조 조선을 세우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방원은 ‘하여가’를 읊고 정몽주가 ‘단심가’로 답하자 조영규를 시켜 선죽교에서 정몽주를 격살하였다.
그때 이방원의 나이 26살이었다. 만인의 지탄 대상이었지만 수절신 정몽주를 꺾지 않고 조선 창업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정몽주는 대학자이면서 강력한 정치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성계의 자식 중 유일하게 문과에 급제해 기쁨을 주었던 이방원은 그 정반대의 모습으로 이성계를 왕으로 만드는 수훈을 세웠다.

조선건국후 이방원은 정도전세력에게 밀렸다. 개국공신에도 책봉되지 못했고, 세자 자리도 신덕왕후 강씨 소생 방석에게 내주어야 했다. 정도전은 사병마저 혁파해 이방원의 마지막 숨통을 죄려 했다. 태조 7년 생사의 기로에서 선 이방원은 정변을 일으켜 정도전을 제압했다.

이방원은 형 방과를 왕위에 올렸다가 세자로 책봉되어 태종이 되었다. 세제가 아니라 세자로 책봉된 것은 태조 이성계에 이은 왕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태종은 정종을 내세워 거사의 명분을 획득한 후 왕위에 오르고 자신이 창업자 태조를 이은 것임을 천명하였다.

태종 5년 황희를 도승지(국왕의 비서실장)로 앉히고 본격적인 개혁을 해나갔다. 그를 도왔던 공신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하고, 민씨 처남들도 자진토록 하였다. 이를 토대로 태종 14년 마침내 국왕 중심의 정치체제 육조직계제를 확립하였다. 태종 16년에는 2인자 하륜도 죽었다.

태종 18년 세자 양녕을 폐하고 충녕을 세자로 책봉한 후 양위를 하였다. 조선의 왕 중 자신의 의지로 왕위를 양위한 유일한 왕이 태종이다. 양위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선건국 직후이고 태종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태종은 양위했지만 군사권을 가지고 세종과 새왕조를 위한 마지막 정지작업을 했다. 그러기 위한 양위였다.

이때 희생된 대표적인 인물이 세종의 장인 영의정 심온이다. 심온은 잘못이 없다고 버텼으나 영상 유정현이 상왕의 뜻을 잘 알지 않느냐고 하자 자복하고 형을 받았다. 그리고 양녕 폐위를 반대하다가 유배되었던 황희를 불러들여 세종에게 천거하였다. 세종대 명재상 황희는 그렇게 해서 탄생하였다.

사극이 시작되면서 태종이 세종에게 이런 말을 한다. “성군이 되거라. 그래야 내가 산다. 그렇지 못하면 나는 괴물이 된다. 이제 너의 차례다 나는 여기까지다.” 태종대를 한마디로 함축하는 명 시그널이다. 세종은 성군이 되었고 태종은 살았다. 하지만 태종의 방법만이 정답이었는지는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사극 ‘태종 이방원’이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이 시대와 공감하면서 시청자들을 어떻게 사로잡을지 기대된다. 참고로 TV에 태종이 붉은색의 홍룡포를 입었던데, 실제로는 태조처럼 푸른색의 청룡포를 입었을 것이다. 홍룡포는 세종대부터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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