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 묻힌 언론중재법

오피니언l승인2021.12.28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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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회장

여야의 극심한 의견 대립을 보였던 언론중재법이 요즘엔 잠잠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 9월 29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고 언론 미디어 제도개선 특위를 구성해 연말까지 논의를 계속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특위는 언론중재법을 비롯해 정보통신망법, 신문진흥법, 방송법 등 언론 미디어 관련 제도의 전반적 개선을 논의할 것”이라며 특위 “활동기한은 2021년 12월 31일”이라고 못박았다. 민주당이 연말까지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국회 강행 처리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 해가 기우는 마당에서 여야가 이 법을 거론하는 의원은 아무도 없다. 언론중재법이 대선 정국에 묻힌 탓이다. 올해 언론중재법 국회 처리 불가는 물론 대선전까지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가짜 뉴스를 만들어 유통하는 세력을 처벌하기 위함이다. 다만 ‘가짜 뉴스’의 범위와 정의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 이를 기반으로 관련 규정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이 가짜 뉴스인가.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설문 조사에 의하면 일반 시민들이 인식하는 가짜 뉴스의 개념은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주로 유통되는 일명 ‘찌라시’, 언론사가 생산한 품질 낮은 콘텐츠(낚시성 기사, 어뷰징 기사, 광고성 기사 등)도 가짜뉴스로 인식하고 있고, 언론이 취재 과정에서 충분한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만들어지는 오보까지도 가짜뉴스로 간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 우리는 가짜 뉴스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악의적 보도는 혼란과 불신을 확산시키는 반사회적 범죄임이 분명하다. 단순한 유언비어 수준을 넘어선 가짜뉴스는 합성 사진, 유튜브, 소셜미디어 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등 개개인의 소셜 네트워킹 앱을 넘나들며 일파만파 퍼져나간다. 페이크뉴스의 내용은 진실된 사실이 아니라 거짓 또는 허위의 사실이다. 조작된 성격이 강하다. 없는 사실을 마치 진실된 사실인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이미 있는 동영상이나 사진 또는 기사를 짜깁기 편집하여 새로운 사실로서 수용하도록 조작하여 전달함으로써 이를 믿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규정하는 ‘악의’와 ‘의도성’ 문제, 혹은 ‘의도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기란 주관적일 수 있다. 또한 개정안에는 ‘허위·조작 보도’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허위 보도’나 ‘조작 보도’가 생각처럼 쉽게 객관화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허위·조작 보도, 가짜 뉴스가 기존 언론에 의해 주로 제작 유포되는 지다. 우려되는 부분은 가짜뉴스 책임을 빌미로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적용한다면 오히려 악의적 보도의 근절 효과보다 언론활동 위축으로 국민의 알 권리가 침해되는 폐해가 나타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하나의 예를 들겠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최초 보도 당시 경찰은 “명백한 오보”라며 기사를 빼지 않으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압박했다. 추후 물고문 보도 등으로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정부는 해당 사실이 허위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알린 ‘최순실 보도’도 비슷한 경우이다.

권력형 비리 보도는 대개 의혹 보도로 시작한다. 언론은 수사기관이 아니기에 증거 확보나 관련자 조사에 한계가 있다. 사건의 전모를 단박에 파악하기가 불가능하다. 현장 기자는 의혹을 캐려고 하고 당사자는 감추려고 하고, 이런 상황에서 최초 의혹 보도는 팩트의 불완전한 조각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언론의 의혹 제기가 여론의 반향을 얻어 수사·재판을 통한 사건의 실체적 규명을 ‘견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만약 이러한 의혹 보도까지 막겠다는 것은 명백한 언론탄압이다. 민주당이 발의한 이른바 언론중재법은 민주주의의 근본을 망각한 퇴행적 법안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중시한다. 그중 언론 자유는 대표적이다. 선진국은 물론 대부분 국가들은 언론 자유를 보장하는 규정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명문법이 없는 영국에서도 언론 자유는 결코 경시되지 않는다는 많은 판례들이 있다. 우리 헌법 제21조 역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규정이 4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민주당이 강행 처리하려는 언론중재법은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기자협회·신문협회 및 외신 기자협회 등 언론단체에서 ‘심각하게 언론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전면 철회하든지, 아니면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이 수긍하는 개정안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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