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역사는 생각 밖으로 오래다. 1881년 프랑스 발명가 귀스타브 트루베는 최초로 충전식 전기차를 만들어 공개했다. 당시 삽화를 보면 자전거를 연상하게 하는 세 개의 큰 바퀴에 차 뒤에는 무거운 납축전지를 실었다. 구름처럼 모여든 사람들은 놀란 표정이 역력하고 차 뒤에서는 이 ‘괴물’에 놀란 개가 짖어대고 있다. 당시만해도 마차가 주요 운송수단이었으니 놀랄 만도 하다.

하지만 전기차는 곧이어 나온 내연기관차에 치여 수명을 다하고 만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1886년 독일의 벤츠가 만든 가솔린엔진 자동차가 시작이다. 그는 독일의 기술자인 다임러가 개발한 가솔린엔진을 이용해 자동차를 제작하고 특허를 얻었다. 이게 오늘날 자동차의 주류인 내연기관 자동차의 기원이다.

당시 전기차는 약점이 많았다. 먼저 값이 비싸고 무거운 배터리에 긴 충전시간 등 실용적인 면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를 따를 수 없었다. 거기에 성능마저 뒤져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 당하는 비운을 겪었다. 결국 전기차는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 전기차가 주목을 받은 시기는 1990년대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공해 배출로 인한 환경오염이 이슈화되면서부터다. 본격적인 개발은 2005년 이후였다. 전기전자공학 발달로 전기차의 약점들을 하나하나 해결하자 전기차는 다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에 이르렀다. 2012년 드디어 스타가 탄생한다. 테슬라 모델 S의 등장이다. 이 전기차는 긴 주행거리와 친환경적인 특성,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 등 여러 장점을 갖췄다. 성능도 내연기관 자동차에 못지않았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능가하는 면모도 보였다. 600km가 넘는 주행거리에 시속 300km가 가능하고 각종 첨단장비를 갖춘 최첨단 차였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전기차는 이제 자동차 업계의 총아로 떠올랐다.
전기차에 온 힘을 다하는 현대자동차 그룹이 내연기관 조직을 축소하고 전기차 조직을 강화하는 등 ‘전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17일 연구개발조직을 개편했다. 엔진 개발센터를 없애고 전동화개발 담당을 신설했으며 배터리 개발센터를 새로 만들었다. 전동화에 집중하는 조직개편이었다. 한국지엠도 비슷한 행로를 밟고 있다.

그렇다고 전기차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다. 부품산업 등 산업적 측면에서 숙제가 하나둘이 아니고 전기 발전 과정을 놓고 친환경 여부도 논란이 많다. 충전소 등 인프라도 아직 미흡하다. 높은 차 가격도 숙제다. 이런 점들을 감안 한다면 자동차 전동화는 시간이 좀 걸릴 듯싶다. 어쨌든 한국의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시기가 온 것 같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