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으로 돌아온 시인을 위해/이 땅의 시인은 무엇을 노래해야 하나/세 손가락 높이 치켜들고 학교에서, 사원에서, 병원에서, 일터에서 거리로 나온 미얀마 사람들을 위해/나는 쓰련다 (‘군부여, 혁명을 끝내려거든’ 중에서)”

미얀마 민주화를 지지하는 시인들('전북작가회의')이 일간지에 발표했던 '미얀마 민주화 연대시'를 모아 시집 '붉은 꽃을 내 무덤에 놓지 마세요(도서출판 걷는사람)'를 출간한다. 

이번 시집은 미얀마 민주화를 촉구하는 의미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크라우드펀딩 형태로 세상에 내놓았다. 

전북작가회의(회장 이병초) 회원들로 구성된 '미얀마 민주화를 지지하는 시인들'은 2021년 봄 부터 미얀마의 민주화 그룹들과 연대했다. 

회원들은 강의료나 원고료, 생활비 등을 아껴 모은 돈으로 미얀마 성금을 조성하며 미얀마 현지에서 군부에 의해 고초를 겪은 분들과 그들의 가족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마음을 담은 시집 '붉은 꽃을 내 무덤에 놓지 마세요'에는 전북작가회의 회원들이 창작한 미얀마 민주화 연대시 20편이 수록되어 있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전달하고자 수록할 작품 선정과 번역 과정에서 미얀마 현지 작가와 번역가가 참여했다. 

우리의 피와 땀, 울부짖음이 고스란히 간직된 1980년의 광주와 꼭 닮아 더욱 아픈 미얀마의 상황이 시집 '붉은 꽃을 내 무덤에 놓지 마세요'에 들어있다. 

입안에 가득 찬 피와 이빨 조각들을 뱉으며,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밀어올리며 상대를 마주보는 순간을 짓부수는 순간의 파편들을 생생하게 엿 볼 수 있다. 

전북작가회의 회장 이병초 시인은 "미얀마는 1980년 광주 그대로이다. 군부와 싸우기 위해서는 일당 5000원 남짓의 돈을 포기해야만 한다. 일당을 포기한다는 의미는 먹을 것을 포기한다는 말이고 그 말은 곧 목숨을 담보로 싸운다는 의미"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산소마저 일반 시민들에게는 금지령이 내려졌다. 산소를 얻기 위해서는 군병원으로 가야하고 간다면 군부의 협력자로 변절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병초 시인의 말처럼 미얀마의 오늘은 1980년 악몽같던 광주의 모습이다. 

시집은 한국어와 미얀마어 영어 등으로 번역됐다. 이렇게 3개 국어의 항쟁 시집이 탄생하는 것은 국내에서도 최초이지만,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사건이다. 

현재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책 판매가 이뤄지고 있으며, 모든 수익금은 미얀마에서 군부에 희생된 이들의 가족에게 생활비로 전달될 예정이다.  

'붉은 꽃을 내 무덤에 놓지 마세요'의 구입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가능하다. 크라우드 펀딩 주소는 https://link.tumblbug.com/ISp4IYYFkmb이며 펀딩 기간이 끝나면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서도 판매될 계획이다./박은기자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