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공공시설 32곳 중 29곳이 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내 공공시설 90.6%가 적자를 낸 것으로, 전국 공공시설 적자 비중 89.7%를 웃도는 수치다. 

지난해 12월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2020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공시설 운영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북도와 군산시가 위탁 운영하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군산청소년수련원과 익산시가 직영 운영하는 보석박물관을 제외한 29곳의 공공시설은 모두 적자였다. 흑자기관 비율은 고작 9.4%에 불과했다. 

유형별로는 문화시설에서 약 108억원의 적자가 났다. 적자가 발생한 도내 문화시설은 9곳으로, 체육 시설(14곳)보다 시설 개수는 적었으나 적자 규모는 컸다. 

또 체육시설에서 약 58억 7000만원, 기타시설(6곳)에서 약 68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공공시설에 대한 적자가 상당한데도 공공재원으로 짓는 시설이 매년 증가한다는 데 있다. 

시설이 늘면 그에 따른 건물 운영·유지·보수 비용도 만만치 않게 투입된다. 

건립 사연이야 제각각이지만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만성 적자에 시달려 지방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전북도는 올해도 전라북도 대표 도서관 건립을 비롯해 서군산복합센터, 완주과학산업단지어린이체육관 조성 등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시·군에서 건립할 문화·체육시설까지 더한다면 추후 운영비 등으로 투입될 예산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자체 공공시설물 운영 비용과 수익 현황을 제대로 점검하고 효율적인 운영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나라살림연구소는 관련 보고서를 통해 "공공시설물의 경우 금전적 수익률이 낮더라도 주민의 편익을 위해 운영돼야 하지만 최근 5년간 이용 인원에 비해 관리 인력의 증가세가 높았다"며 "28조원을 들여 건립한 전국 공공시설물의 수익률은 -66%, 연간 적자액이 1조원을 훌쩍 넘는다"고 밝혔다. 

이어 "전국 공공시설의 운영 비용과 수익, 관리인력, 운영성과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고 투자심사 실효성에 대한 실태조사와 제고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문화·체육시설로 수익을 내겠다는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매년 시설에서 적자가 발생한다고 해도 문화체육시설은 기본 복지인 만큼,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것이다. 

도내 한 문화예술계 인사는 "문화시설에서 흑자가 난다는 일이 더 이상하지 않냐"며 "흑자가 났다는 건 도민이 됐든 누군가 비용을 지불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북예술회관이 다른 곳보다 대관료가 적어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전시가 활발히 진행된다. 그런데 수익을 늘리고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갑자기 2배 이상의 대관료를 받는다면 그만큼 예술인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공공시설을 무작정 늘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가급적이면 시설 운영도 효율성 있게 해야한다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도민들의 문화향유를 위해 시설 확충에 무조건 부정적일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공시설의 숫자나 면적이 늘어난다고 보다 나은 삶이 보장될지는 의문이다. 시설 건립 후 운영 적자는 결국 도민 혈세로 메워지는 만큼, 재정 누수를 줄일 수 있도록 확실한 점검이 절실하다. 

한편, 이번 조사는 행정안전부 지방재정365 자료를 토대로 이뤄졌으며, 광역지자체는 건립비용 200억원 기초지자체는 건립비용 100억원 이상이 투입된 공공시설 882개를 대상으로 했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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