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에 자주 등장하는 경제 용어로는 보복 소비가 있다. 영어로는 revenge spending 혹은 pent-up demand라고 한다. 보복 소비란 원래는 배우자에게 과소비로 복수하기 위해 비싼 물건을 마구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요즘 이 말은 코로나 19로 억눌렸던 소비가 보복이라도 하듯 폭발적으로 분출하는 의미로 쓰인다.

사실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소비는 복잡한 의미를 띤다. 단순히 돈을 내고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행위만이 아니라 사회 심리적으로 여러 측면을 가진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분석으로는 프랑스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쓴 ‘소비의 사회’가 있다. 이 책에서 보드리야르는 “소비재는 무릇 활용성 보다는 의미 전달을 위한 매개체로서의 역할이 더 커진다”고 했다. 상품이 아니라 기호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현대 소비사회에서 실용성은 뒷전이다. 일반적으로는 사회적 성공을 드러내는 기호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명품을 몸에 두르고 다니면 부자이고 사회적 지위도 높다는 표시가 된다. 그래서 경제가 어렵더라도 비쌀수록 더 잘 팔리는 이해 못 할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과시적 소비다. 경제적 여유가 넘치는 부유층은 그렇다 해도 중하위 계층마저 이에 편승하는 장면도 심심찮게 드러난다. 모방 소비다.

코로나 시국에 자주 목격되는 보복 소비 역시 이런 과시 소비와 연결돼 있다. 코로나 19라는 재난 아닌 재난에 억눌렸던 소비가 일시에 터져 나와 사치 기호품으로 쏠리는 것이다. 남들이 부러운 시선으로 보는 비싼 물건을 구입함으로써 답답함이나 억눌림, 우울감 등을 해소하는 방식이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작년 수입차 판매량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는 보도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의하면 지난해 전체 수입차 신규등록은 27만6천여 대로 전년도 판매량 대비 0.5%가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사상 최대치다. 그중 1위는 고급차 대명사 벤츠였다. 모두 7만6천여 대가 팔렸다. 2위는 역시 고가의 BMW로 6만5천여 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벤츠는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판매량 3위 자리도 차지했다. 국내 중견 완성차 업체인 르노삼성, 쌍용, 쉐보레를 모두 제쳤다. 

‘삼각별’ 벤츠의 위세는 대단하다. 그 위세의 원동력은 역시 프리미엄 이미지다. 주위의 선망이 담긴 시선을 즐기는 기쁨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이 재미 때문에 거액을 주고 벤츠 승용차를 타는 것이다. 여기에 보복 소비도 한 몫 단단히 한다는 분석이다. 코로나에 화풀이라도 하듯 큰돈을 던지는 모양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윤리적 소비가 설 자리는 영 좁아 보인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