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이 2020년 10월에 전북도청 앞에 쌓아둔 곤포 사일리지를 자진 철거한 17일 전북도청 앞 인도에 곤포 사일리지 흔적이 선명하게 보이고 있다. /박상후기자·wdrgr@

17일 오전 찾은 전북도청 앞 광장. 9시도 채 되기 전부터 커다란 덤프트럭 세 대가 자리를 지켰다. 광장 앞쪽 도로를 따라 길게 배치돼있던 곤포 사일리지 더미에서는 여전히 쾨쾨한 냄새가 났다. 바람 탓인지, 누군가 움직여놓은 것인지 끄트머리에 있던 곤포 사일리지 1개는 땅바닥을 나뒹굴고 있기도 했다. 장기간 방치되어 있던 까닭에 볏짚을 감싼 비닐 대부분은 까맣게 때가 타 있었고, 군데군데 비닐이 헤어지면서 볏짚이 고스란히 바깥에 드러난 곳도 눈에 띄었다.

인근을 지나다니던 시민들은 영하의 기온에도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냄새에 미간을 찡그리곤 했다.

이처럼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왔던 곤포 사일리지 ‘철거반’이 도착한 것은 이날 오전 9시 40분께.

축협 관계자가 몰고 온 스키로더에 의해 준비된 트럭 위로 사일리지가 하나씩 옮겨졌다. 오랜 시간 비바람에 너절하게 떨어져나온 비닐 끄트머리가 이따금 길게 늘어뜨려졌다. 바닥에는 새까맣고 동그란 흔적과 희미한 냄새만이 남아 자리를 지켰다.

인근에 거주하는 A씨(50대)는 “이것들이 오랫동안 놓여있다 보니 썩기라도 했는지, 특히 여름에는 냄새가 말도 못하게 심했는데 이제라도 치워지니 다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도청 광장 앞에 장시간 방치돼있던 곤포 사일리지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에 의해 17일 자진 철거됐다.

총 125개에 이르는 이 곤포 사일리지들은 지난 2020년 10월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이 농민수당 조례 개정과 소통 확대 등을 요구하며 적치한 이후 이날까지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지난해 발생한 신동진 벼의 병충해 피해와 관련, 전북도가 농림부와 별도로 피해면적 30% 이내의 농가에 대한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철거하게 되었다는 것이 전농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후 해당 볏짚들은 TMR(완전배합사료) 공장으로 옮겨져 쓰이게 된다.

이날 전농은 이번 자진철거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이는 도청과 농민회의 대척 지점이 여전함에도 서로 한발 물러서면서 양보한 결과”라며 “합의한 결과가 하루라도 빨리 시행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업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국민과 도민의 식량과 건강, 그리고 농촌 소멸과도 직결된 문제”라며 “앞으로 농민수당 등 농민을 위한 정책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조례나 법으로 개정·제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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