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국회에서는 뜻 깊은 행사가 있었다. 김성주 의원 등 전북 출신 국회의원과 충청, 경북 출신 국회의원들이 공동 주최한 ‘역사문화권 지정을 위한 후백제 국회토론회’다. 이 자리에는 송하진 전북지사 등 지자체장들도 참석했다.

토론회의 초점은 흔히 ‘잃어버린 45년’으로 불리는 후백제의 역사적 위상을 재정립하고 문화권으로 지정하자는 데 모아졌다. 후삼국 시대 강국으로 군림하던 후백제가 오늘날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채 망각 속에 묻혀있는 현실을 타개하자는 취지다. 참석자들은 후백제가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강국으로서 대내외적으로 맹활약한 만큼 그에 합당한 역사적 평가와 복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후백제사의 복원은 오랜 숙제이지만 좀처럼 진도를 내지 못하는 이슈다.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한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에도 후백제는 포함되지 못한 것이 그 증좌다.

그간 후백제 수도였던 전주를 중심으로 논산과 상주 등 여러 도시들이 역사문화권 지정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하지만 칼자루를 쥔 정부와 정치권의 반응은 미지근하기만 하다. 워낙 짧은 기간 존속한데다 창업군주 견훤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 등이 작용한 탓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역사적으로 후백제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견훤은 단순히 반란을 일으킨 게 아니고 새로운 사회건설을 목표로 호족을 통합하고 민심을 수습했다. 그 결과물이 후삼국 중 가장 강력한 군사력과 넓은 외교적 반경을 가진 후백제 왕국이다. 백제의 계승자임을 자처한 후백제는 미륵신앙을 주된 이데올로기로 세우고 독자적인 연호 사용 등 국가로서의 체제도 완성했다.

고고학적 발굴 성과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후백제 왕실 사찰로 추정되는 완주 봉림사지는 이미 실체를 확인한 데 이어 유물이나 유구 등도 속속 빛을 보는 중이다. 또 완주군은 용계산성 등 후백제 관련 문화유적 15곳을 확인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전주에서도 궁성터에 대한 조사가 상당 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

앞으로 후백제사의 복원과 역사문화권 지정 그리고 문화관광 자원화 등은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우선 전북을 비롯해 전남, 충남, 경북 등 관련 지자체들의 공동전선 구축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힘을 더 가질 수 있다. 또 관련 연구에도 더 많은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지역 혹은 대학들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연구는 보다 체계적으로 통합돼야 한다. 그래야 활용방안도 효율적으로 나올 수 있다. 그 중심적 역할을 맡는 곳은 역시 전북이어야 한다는 점도 부언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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