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과 이해, 남을 위하는 마음이 평화의 근본이라고 믿는다. 틱낫한의 가르침은 바로 그러한 여행의 안내이다. 내가 존경하는 틱낫한은 숨을 자각하고,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하는 작은 행위들에 깨어 있으라고 가르침을 시작한다. 나 자신도 마음의 평화와 미소가 필요할 때면 그의 글을 읽는다.”

티벳의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말이다.

틱낫한은 베트남 출신의 선승이자 평화운동가, 시인이다. 그는 인류의 영적 스승이자 참여불교의 주창자로서 노벨평화상 후보로까지 추천받은 종교인이다. ‘평화를 노래하는 살아 있는 부처’ 틱낫한의 평화 메시지는 곧 반전운동으로 나아갔다. 남베트남 정부는 1963년 그를 추방했다. 결국 1973년 프랑스로 망명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더욱 치열해졌다. 무려 80여 권의 책을 썼고 이 책들은 한국어 등 22개국 언어로 번역돼 사람들에게 읽혔다. 그는 또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프랑스는 물론 한국, 미국 등 전 세계를 오가며 강연 활동을 했다.

그가 세운 명상 공동체 ‘플럼 빌리지’는 서방에 불교를 전하는 중심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온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각자의 믿음에 따르되 종교의 벽을 허물고 진리와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는 곳으로 이름 높다. 주된 수련 방법은 ‘걷기 명상’이었다. 천천히 걷기를 통해 지금 이 순간의 평화를 경험하라는 것이다. 틱낫한은 늘 ‘숨을 쉬라, 미소 지으라, 그리고 평화롭게 걸으라’고 말했다.

틱낫한은 한 저서에서 이렇게 당부한다.

“그대의 진정한 집은 지금 이 순간 속에 있다.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는 것은 하나의 기적이다. 기적은 물 위를 걷는 것이 아니다. 기적은 지금 이 순간 푸른 대지 위를 걷는 것이다.”

그런 틱낫한 스님이 22일 95세를 일기로 베트남 중부 도시 후에의 한 사원에서 타계했다. 고인은 2014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말을 할 수 없게 되자 2018년 고국 베트남으로 돌아와 여생을 보냈다. 그는 사후에 시신을 화장해 전 세계에 있는 플럼 빌리지 명상 산책로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오늘날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테러와 폭력은 인류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틱낫한은 불교를 통해 아수라장 같은 지구촌에 평화의 기운을 불어넣고자 애썼다. 마음의 평화가 곧 현실의 평화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다시 틱낫한의 가르침을 기억하자.

“땅 위의 천국에 들어가기를 원한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번의 깨어 있는 발걸음, 한 번의 깨어 있는 호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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