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시대,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오피니언l승인2022.02.09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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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희 전주시교육정책연구회, 모두학교교장

학생들을 등급화 하는 교육시스템은 20세기 테일러주의식 낡은 교육시스템의 산물이며,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낡은 교육시스템에서는 아이들 교육에 있어 중요시 되는 창의성 마저도 개인의 능력이나 우열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차는 아이들마다 가지고 있는 독창성을 가리킬 때 사용되며, 독창성은 개개인의 양적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오고 가는 사회에 살아가며 시대의 화두도, 관심사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서열중심의 교육시스템이 문제라고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현상은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들이 점차 늘고 있는 현실로 반영된다.이런 현상은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들이 점차 늘고 있는 현실로 반영된다. 전라북도 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학교를 중단한 학생은 학년별 고1학년 489명, 고2학년 331명, 고3학년 89명으로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학업중단율이 가장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전주시의 학업중단 학생수는 2018년도 237명, 2019년 314명, 2020년 323명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은 개인의 성장 뿐 아니라 공동의 삶을 살아갈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 하겠다.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목적도 국가가 아이들을 교육하는 목적도 결국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있다. 어린 세대들이 앞으로 어떤 사회에서 살아가기를 원하는지 보여줘야 하는 것이 어른의 몫이다. 지금 여기서 내가 살기 어려운 사회를 아이들이 자란 나중 거기에서 잘 살거라 바라는 것은 착각이다.

교육시스템을 모조리 바꾸자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선 학교가 의미 없게 느껴져서, 다른 배움을 찾아 학교를 나오는 아이들에게 주목하자. 이 아이들은 학교를 나오는 순간 학생의 신분이 아닌 시민으로 살아가게 된다. 한해 3백명이 넘는 이 어린시민들에게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은 지자체의 마땅한 몫이다. 전주시는 숲놀이터, 책놀이터, 예술놀이터, 야호학교, 야호부모교육 다섯 개 정책을 추진하고 현재 시민들의 삶과 밀착되어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정책들이 가지는 가장 큰 교육적 가치는 인간이 즐겁게 살아가는 데 중요한 ‘놀이’를 매개로 교육의 목적이 ‘인간의 행복’을 중심으로 전환하였다는 데 있다. 또한 사람과 사람, 자연과 사람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생태적 전환을 이루었고 학교와 마을을 잇는 지역기반의 교육생태계를 구축하였다. 사람중심, 생태중심, 지역중심은 전환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공동의 삶을 위해 회복해야 할 주제이고, 동시에 미래세대에게 가르쳐야 할 교육의 내용이다. 

전주시는 야호프로젝트로 시작된 교육의 확장을 위해 덴마크 전환기학교인 에프터스콜레 모델을 오랜시간 탐구해 왔다. 2020년 상반기 동안 진행된 전주형 전환기학교 운영에 대한 지역기반 검토와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2021면 야호학교 방과후아카데미를 활용한 전환기교육과정을 실험운영하였다. 이런 실험결과에 이어 2022년 본격적인 전일제 전환기교육과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역에 필요한 교육을 지자체가 주도해서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하는 것은 교육의 다양성이 중요시 되는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교육의 전환을 이야기할 때 ‘삶으로서의 배움’을 강조하는데 이런 교육의 전환을 실현할 가능성도 지자체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 17세 청소년들을 위해 전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전환기교육과정은 한 사람도 소외된 시민이 없는 도시를 만들겠다던 전주시의 의지가 담겨 있는 듯 하여 반갑고도 가슴벅차다. 새롭게 시도하는 전주시 청소년들의 전환기교육과정이 학교 안과 밖을 잇는 교육, 사람과 자연의 공생적 삶과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지역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 마중물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 정책이 목적한 바대로 오롯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역의 교육활동가들을 비롯한 정책담당자들, 그리고 부모님과 청소년 당사자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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