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과거, 대학을 상징하던 상아탑을 우골탑이라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딸들은 오빠나 남동생의 학비를 대기 위해 공장에서 땀을 흘렸고, 그들의 합격 소식에 감격했다. 그러던 대한민국에서 2009년 여성의 대학진학율은 남성을 넘어섰고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그 많은 여성 대졸자들은 어디에 있는가. 결혼과 출산과 육아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녀들은 경력단절여성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퇴직 전의 직장과 같은 수준의 직장에 복귀하기도 어렵다. 그저 열악한 환경, 저임금 비정규직이 경력단절여성들이 그나마 얻을 수 있는 일자리들이다.

1999년, 세계적인 컨설팅 그룹 맥킨지는 보고서에서,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여성인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 바 있다. 그런데 14년 후인 2003년에도 동일한 보고서가 또 나왔다. 2022년 오늘, 맥킨지가 한국여성에 대해 보고서를 쓴다면 여전히 비슷한 경구를 보내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이제 의심 없이 세계 최고의 저출산 국가다. 머지않아 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직면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결혼과 동시에 퇴직함으로써 가정안에 사장되어 있는 여성 인력을 활용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여성 인력 활용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유연하고 변화에 강하다는 것은 이미 증명되었다. 여성친화적인 기업의 수익성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높다는 여러 통계도 나와 있다.

여성교육문화센터는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의 사회 복귀를 돕는다. 새로일하기센터를 통해서 일자리가 절박한 여성, 경제활동이 취미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는 여성들에게 취업 상담과 취업 지원, 사후관리까지 진행하고 있다. 새로일하기센터가 설치되지 않은 군단위 지역까지 취업상담사들이 파견되어 취업하고자 하는 여성들을 돕고 있다. 여성친화기업에 대한 환경개선사업을 지원하면서 기업들의 여성인력 활용을 독려한다.

양성평등이 이루어지고 여성의 활발한 사회진출이 이루어진 사회일수록 출산율도 증가했음은 서구의 각국이 이미 보여주고 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저출산 대책을 강구한 정부가 양성평등한 사회 문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지원에 더 노력을 기울였다면 결과는 더 낫지 않았을까.

또한 직장에서 퇴직하거나 자녀 양육의 짐을 벗은 많은 여성들이 인생 2막을 어떻게 꾸릴 것인가는 이제 중요한 개인적·사회적 과제가 되었다. 여성교육문화센터는 이러한 여성들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직업과 여가 활동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젊은 시절에는 돈이 없거나 시간이 없어서 미처 하지 못하고 미뤄 두었던 일들을 이제 하나하나 섭렵해가는 것이다. 교양과 재미와 인적 교류, 더 나아가서는 자격증 취득을 통한 경제활동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다양한 길이 열려 있다.

여성교육문화센터는 전라북도 여성들의 구심체로서의 역할도 다하고자 한다. 화요간담회, 미래여성포럼, 여성정책네트워크등을 통해서 전라북도 여성들이 만나고 얘기하고 자기계발과 지역발전을 위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너른 운동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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