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현 전북대학교교수·연석산미술관장

연석산미술관은 전국 8대 오지인 완주군 동상면 연석산자락에 2016년 10월 문을 열었다.
청정지역으로서 몇 차례 여행을 통해 천혜의 자연경관에 이끌리어 정착지로 삼게 되었다.

시작은 창작 공간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곳이 문화예술의 불모지이자, 그 혜택으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된 척박한 지역이라는 현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에 지금껏 문화예술로 살아온 필자는 그나마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재능기부 차원에서라도 사회에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을 느꼈다. 그로 인해 지역주민들을 위한 작은 문화예술공간인 연석산미술관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설립 취지로는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지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젊은 청년작가들을 위한 활동무대 확장에 두었다.

이를 이루어가기 위해 전북문화관광재단 지원사업으로 연석산미술관레지던스를 열어 지난 4년간 국내외 젊은 청년작가 25명(외국작가 8명, 도외작가 12명, 도내작가 5명 등)을 배출하였다.
이곳은 고요하고 안정적인 주변 분위기로 청년작가들이 창작에 몰입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어 세계의 젊은 작가들이 선호하는 글로벌한 레지던스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레지던스사업의 목적은 젊은 청년작가들의 인큐베이팅과 지역을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서 지역민들의 정서 함양에 기여함은 물론 지역문화예술 활성화를 꾀하는데 있다 하겠다. 특히 산골 마을에 위치한 연석산미술관레지던스는 지역적 특성에 걸맞은 지역 연계사업이 절실히 요구되는 환경이라 하겠다.

그리하여 필자는 각박한 환경 속에 살아온 지역민들에게 문화예술 활동과 관련한 프로젝트에 관심과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지금까지의 메마른 삶에서 벗어나 정서적 여유와 삶의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를 실현해가기 위한 사업으로 어르신 공경 프로젝트 ‘지역 어르신 33인 초상화제작 전시 및 기증’, 지역민을 위한 ‘민화 무료강좌 및 성과물 전시’, 지역 홍보를 위한 ‘동상골 풍광 사진전 및 지역 명물 제작 전시’를 통해 이곳 지역민들은 문화예술 활동의 제작자, 모델, 감상자로 참여하며 지역 예술가로서 문화예술의 꽃을 피워가고 있다.
또한 지난해 새롭게 시작한 ‘동상골 어린이 그림잔치’는 이곳 산골 마을에 진정한 문화예술의 꽃을 활짝 피운 프로그램으로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하겠다. 이곳 어린이들은 도시의 어린이들에 비해 문화예술 혜택으로부터 저만치 멀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현실에 착안하여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불씨를 지펴주기 위한 사업으로, 지난해 7월 매주 수요일 레지던스 입주작가들이 1일 미술교사가 되어 학교방문 지도를 실시한 후, 그 결과물을 연석산미술관에서 전시를 이룸으로써 어린이들에게 성취감과 커다란 자긍심을 부여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동상골의 현재 주민은 1,079명 정도로 대부분 어르신이 주류로 자리하고 있으며, 동상골의 유일한 초등학교인 동상초등학교에는 현재 20명의 어린이들이 공부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어린이는 고작 5명에 불과하고 타 지역에서 온 학생 15명은 열린마을 농촌유학센터에 거주하는 일명 유학생들이다.

농어촌의 인구감소는 엊그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 그 추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곳 동상골도 예외는 아니다. 산골 마을에 어렵사리 피어난 문화예술의 꽃이 시들지 않고 온전히 만개할 수 있도록 젊은 세대들의 귀농, 귀촌 대책이 시급함을 어우러지는 삶 속에서 피부에 강하게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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