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안전공사 황석현
 직장생활을 10년쯤 하면 퇴사나 이직에 대한 유혹으로 고비가 온다고 한다. 직장생활 10년차, 아직 그런 고비는 겪지 않았지만 주변 환경의 변화로 미래에 대한 고민이 늘어났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이다.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으로 다양한 가치가 창출된다. 어릴 때 만화나 영화에서 보던 기술이 현실로 나타난다. 민원인의 질문을 인공지능이 해결하기도 하고 스스로 목적지를 찾아가는 자율주행자동차도 운행되고 있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보며 나처럼 정보기술의 영향을 받는 사무직 직원들은 스스로 입지가 축소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탓인지 내가 입사했을 당시보다 사무직 관리자, 신입사원 채용 규모가 많이 줄었다. 간단한 상담업무는 아예 ‘챗봇’이라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담당하기도 한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보았던 ‘기술의 발달로 사라질 직업’에 대한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되는 게 아닐 까하는 걱정이 된다.  

 최근 주52시간 근무제도로 기업은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기 위해 시스템을 바뀌었지만, 시스템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한 일자리를 앗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기술의 발달은 피할 수 없는 사회의 변화이지만 일자리까지 빼어가는 길은 없었으면 한다.

 오래전 손으로 적은 회계장부를 발견한 적이 있다. 회사 사옥 이전으로 사무실 짐을 정리하면서 발견했다. 거뭇거뭇한 얼룩이 스며든 장부에는 반듯하게 오와 열을 맞추어 내용이 적혀있었다. 당시 그 회계장부를 쓰기 위해 쏟은 노력이 느껴졌다. 요즘 회계 관리는 다르다. 전자시스템에서 정해진 버튼 몇 개만 클릭하면 처리된다. 숫자계산과 처리과정이 시스템이 되어 있어 사람이 애써 맞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전자시스템은 과거 정교하게 오와 열을 맞춰 수기로 썼던 것보다 더 정확하고 보기 좋은 문서까지 만들어낸다.

 전자시스템을 보면서 예전 기억이 났다. 군대에서 인사장교 근무할 당시 부대에 전자시스템이 처음 도입되었다. 전자시스템이 도입되면 일이 편해야 했지만, 보고서를 쓰는 사람도 결재하는 사람도 불편했다.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기존방식과 전자시스템을 같이 운용했다. 종이문서를 출력하여 결재를 맡은 후 똑같은 문서를 전자시스템으로 작성하여 결재를 올렸다. 도입된 목적과는 달리 비효율적으로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됐다. 그것은 전자시스템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서 발생한 해프닝이었다. 그때 전자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았던 간부들은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전자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국민들은 IT기술에 대한 적응이 빨라지고, 기술은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모 방송사에서는 여성 앵커의 움직임과 목소리를 학습하여 만들어진 AI 앵커가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AI 앵커라 그 수준이 조악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뉴스를 봤을 때 위화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AI가 딥러닝을 통해 생성한 뉴스도 찾아볼 수 있다. 아직까진 날씨 정보와 같은 짧은 기사 위주로 제공되지만 향후엔 분량이 많은 사회, 문화 소식을 전하는 뉴스정도는 거뜬히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겼던 분야에 기계가 진출하고 있다. 딥러닝 기술로 인공지능은 학습도 할 수 있다. 만약 인간의 전유물인 고찰마저 인공지능이 할 수 있게 된다면, SF영화에서 보던 로봇의 시대도 올 수 있을 것이다. 

 아직 20년을 넘게 직장을 다녀야 한다. 퇴직할 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이 남아있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기술의 발달과 인공지능이 넘볼 수 없는 나만의 무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직장생활 10년차인 오늘, 미래 생존을 위해 어떤 무기를 만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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