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규 고창군의회 의장

1991년 대한민국의 지방자치가 부활한 후 3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우리 지방자치제는 해를 거듭하며 발전해나가고 있다.

지방정부의 자주적 의사결정을 존중하는 지방자치제는, 대의 민주주의의를 좀 더 촘촘히 실현할 수 있다는 데 대다수 국민들이 의견을 함께한다. 지방에도 일정 권한을 이양하는 지방분권은, 지역의 문제를 지역에서 주도하여 해결해 나가도록 중앙이 가진 권력을 분산하고자 하는 민주정신이 깃들어 있기에, 지방자치제도에 의구심을 품기보다 이 제도의 변화와 발전 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풀뿌리 민주주의라 불리는 이런 지방자치제도가 올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 주민들 가까이에서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주민의 참여를 끌어내고 주민의 자치 의식 수준을 한층 높게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선도자가 바로 기초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민심을 읽고 반영하는 단체장과 의원의 역할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초자치단체의 자유로운 활동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지방선거의 정당 공천제다.
우리나라는 2006년 실시된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 지방선거 후보자의 정당공천제를 시행하였다. 하지만, 2010년에는 지방선거 정당공천제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폐지 논란이 일었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중앙집권적 정당공천제에 민주적인 방식을 가미한, 상향식 정당공천방식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구 당원들의 대부분을 당원협의회의 운영위원장이 모집 관리하며 진성당원 제도가 정착되지 않아, 위원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으면서 조직 동원력과 재력이 있는 지역 토후들의 선출만을 보장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아시다시피, 후보의 정당공천이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이루어지면 정당은 민의를 수렴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매개체로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중앙정치와 지방정치를 연계하여 정치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으로 인해 지방정치의 중앙 예속화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며, 그리하여 기초자치단체의 자주성은 찾아볼 수 없고,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소속 정당 더 나아가 중앙당에 지배당하고 있는 구조이다.

유권자들의 권익 증진을 위해 온 힘을 기울여도 모자랄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정당공천권을 따내기 위해 자신의 소속 정당과 권리당원의 눈치를 보며 공천권자에게 줄서기를 하고, 공천권자는 공천을 미끼로 당에 대한 충성심을 강요하며 지방선거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게다가, 유권자들 또한 인물보다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다양한 인재 등용에 어려움이 있으며, 소수정당의 후보들 그리고 지역에서 시민운동으로 능력과 자질을 인정받은 무소속 후보들의 진입 또한 쉽지 않음을 묵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디 그 뿐인가? 공천권을 손에 쥔 정당에서는 충성심이 강한 후보를 당선시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지방행정에 관여하고 기초자치단체를 지배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나 지역의 주요 현안문제 개입하며 기초 단체장과 의원들을 중앙정치 수족으로 부리면서 지방자치를 위축시키고, 중앙과 지방의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관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방선거는 정당 공천제라는 덫에 걸려 그 의미가 점점 퇴색되어 가고 있다. 동네에서 일하는 일꾼을 뽑는데 과연 정당 공천이 꼭 필요한지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공천을 받기 위해 후보자들이, 주민이 아닌 공천권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바꿔야 한다.
그리하여, 능력 있고 준비된 인물들이 정당 공천이 아닌 자유의지를 통해 선택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의 예속으로부터 벗어나고, 특정 정당의 지방의회 독점을 막아 다양한 목소리를 지역 정치에 반영할 수 있도록 지방선거 후보의 정당 공천제가 반드시 폐지되어 지방정치가 활성화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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