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태 장수문화원장

"역사는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무엇보다 빠르게 변한다."

최근 저명한 고고학자가 한 강연을 통해 전한 말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역사’란 문헌사 위주인데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고대사는 문헌기록이 부족해 역사적 사실을 입증하는데 어려움이 많으니, 많은 연구자의 노력과 고고학적 성과와 더불어 역사는 끊임없이 재정립되고, 기록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금관가야’, ‘대가야’ 등 ‘6가야’ 정도로만 알려졌던 가야역사도 근래에 그 영역을 넘어 호남까지 닿으며 ‘장수 가야’, ‘운봉 가야’ 등 전북가야로 대변되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변방의 무진장으로 불리며, 지방의 소도시 중에서도 소도시인 장수군이 가야사를 통해 전국적으로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성과는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그동안 장수군은 역사문화에 관심을 두고 지속적으로 학술연구를 진행하며 가야 유적을 집중적으로 발굴해왔다.

그 결과 동촌리고분군과 삼봉리고분군, 삼고리고분군이 국가사적과 전라북도 기념물로 지정됐고, 장수군은 ‘가야사’의 중심 지역이 되었다.

또한 이들 가야고분군과 봉화유적들을 통해 ‘장수가야’의 존재는 물론 ‘장수가야’가 얼마나 성대했고, 발달됐었는지 객관적인 근거를 찾아 입증해 왔다.

이에 장수문화원은 장수군과 더불어 역사문화의 재정립을 위한 교육 홍보사업을 추진하며 일제강점기 역사 왜곡과 부족하게 정립된 한국의 고대사를 재정립하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방문화원 진흥법에도 나와 있듯이 문화원의 설립 목적은 지역문화를 균형 있게 진흥시키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다.

타지역의 문화유산 정립 과정을 “이벤트다”, “허구다” 하는 식으로 비난하고 회화화하는 것은 문화원 설립 취지에 적합하지도 않고 존재의 이유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2018년부터 진행된 전북가야사 조사정비 사업으로 예산을 지원받아 지역 가야사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전체를 허구로 몰아가는 것이 스스로 정당한 행위인가도 되돌아볼 필요성이 있다.

아직 전북지역의 가야문화가 모두의 공감을 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현재 확인되고 있는 역사적 사실마저 부정한다면 앞으로의 ‘지역의 역사문화’는 틀에 갇힌 채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확인되고 검증된 역사적 사살을 부정하는 것은 지방분권화를 맞이하여 문화자치를 실현시켜야 하는 현실을 부정하는 자세다.

학술성과는 비난이 아닌 지속적 연구와 토론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이에 필요한 철저한 검증을 통해 정립되어야 한다.

문화유산은 긴 호흡을 가지고 멀리 봐야 한다. 분명한 사실은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전라북도 동부지역에 우리의 조상이 남긴 소중한 가야문화유산이 확인되고 있다는 것이고, 일제강점기 일본인 도꾸라 세이지에 의해 장수군의 동촌리·삼봉리 고분군이 도굴 피해를 입은 흔적이 있다는 것이다.

장수군의 가야문화유산은 그동안 누구도 알지 못했던 사실이며, 우리나라 고대사를 새로이 쓰는 획기적인 사실이자 소중한 역사문화자원이다.

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으며 장수군이 옛 가야地라 말하는 명백한 진실이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