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규 전주병원소화기내과전문의

△ 간암 발병률은 7위, 사망률은 2위
간암은 국내에서 7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9년 암 발병자수는 총 254,718명으로 이 중 간암은 15,605명을 기록하여 갑상선암, 폐암, 위암,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다음으로 많았다. 인구 10만 명 당 30.4명에게 감암이 발생하는 셈이다. 간암은 전체 암 발병에서 6.1%를 차지했으며 성비는 3:1로 남성에게 더 많이 발생했다.
 2020년 간암 사망자 수는 10,565명으로 모든 암중에서 2번째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실제 간암의 상대 생존율은 37.7%로 다빈도 암 중 폐암(34.7%)과 함께 가장 낮다. 이는 전체 암 생존률 70.7%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발병률에 비해 사망률이 높다는 점에 주의해야한다. 한가지 더 주목할 부분은 간암의 경우 한참 경제활동을 하는 40~50대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 간의 역할
간은 신체의 ‘에너지관리센터’로 불린다. 우리 몸의 기본 기능을 유지하고 외부의 해로운 물질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장에서 흡수된 음식물을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여러 영양소로 분해하여 보관하기도 하며, 포도당이나 아미노산, 글리세린 등을 클리코겐이라는 다당류로 저장했다가 몸이 필요로 하는 물질로 가공해 세포로 운반하기도 한다.

또 간은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 효소, 비타민이 장에서 합성될 수 있도록 담즙산을 만들고, 부종을 막아주거나, 혈액응고에 관여하는 성분을 생성한다. 이외에도 혈액의 살균작용을 통해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을 원활하게 하는 것도 간의 역할이다.

하지만 간은 ‘침묵의 장기’다. 바이러스, 술, 지방, 약물 등으로 70~80%가 손상되어도 별다른 위험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간암의 발병자 수 대비 사망자 수가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B형 간염 환자와 술 소비량이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간 건강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간암의 주요 원인
간암은 간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을 말한다. 보통 간암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간세포암을 지칭한다.
간암의 주요 위험인자는 B형간염 바이러스(72%), C형간염 바이러스(12%), 알코올(9%)이다. 이외에도 약물, 비만, 자가면역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간염이 감염되면 일반인이 비해 간암 위험률이 대폭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간염에 걸린 기간이 오래될수록 간암의 발생 위험 역시 크게 증가한다.

△ 간암 증상과 치료법
환자들은 간암의 증상을 궁금해 하지만, 아쉽게도 초기 간암의 경우 증상은 없다. 스스로 자각할만큼 증상이 뚜렷해졌을 땐 이미 암이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암의 크기가 커지면서 점차 피로감과 쇠약감이 발생하거나, 담도를 막아 황달이 발생하고, 간피막을 뚫고 나와 신경을 침범해 통증을 느낀다거나 심지어 파열하면서 출혈과 동시에 극심한 통증, 특히 우측 갈비뼈 부위에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는 간암이 한참 진행됐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간암의 진행 정도, 종양의 크기와 종양이 혈관을 침범했는지 여부,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에 따라 4단계로 나눈다. 치료는 간암의 병기나 간경변의 유무에 따라 결정된다.

초기 간암의 경우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간절제술, 고주파 열치료, 간이식이 있다. 이 3가지 치료는 암 자체를 완전히 없앨 수 있는 치료로, 간기능이나 환자의 컨디션에 따라 치료를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 등이 개발돼 일부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지만, 아직은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 간혹 이러한 치료를 받는 환자분들 중에 치료 경과가 좋은 경우 간절제술, 고주파 열치료, 간이식을 해 완치를 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간암이 많이 진행됐다고 해서 치료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간암의 재발이 많은 이유는 간절제나 고주파 열치료에도 남은 경화된 간에서 또 간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간암의 가장 완벽한 치료는 경화된 간을 모두 제거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간을 넣어주는 간이식이다. 간이식은 다른 치료에 비해 5년 생존율은 물론 10년, 20년 생존율 역시 압도적으로 높다.

△간질환 예방 중요… 간염 보유자는 6개월마다 정기검사
앞서 언급했다시피 간암은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대한간암학회는 간암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2월 2일을 간암의 날로 지정했다. 이는 1년에 2번 2가지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 간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간암 검사에는 초음파 검사와 혈청알파태아단백검사(AFP)가 진행된다.

간암은 대부분의 경우 위험요소가 있는 분들에게 발생한다. 즉, 예방과 조기치료가 가능하다. B형간염, C형간염 또는 알코올성 간질환을 앓고 있다면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여 완치할 수 있고, 또 당뇨나 비만 등 대사질환을 동시에 알고 있는 경우라면 적절한 운동과 체중조절을 통해 암 발생률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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