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하 태수는 내 오래된 친구이니(淸河太守故人爲) 산수 간에 지음은 종자기와 같아라(山水知音等自期). 오늘 강성에서 멀리 생이별하니(此日江城生遠別) 한사코 흐르는 눈물 머리를 돌린다고 감당할까(可堪回首自連洏)?” 1688년(숙종 14년) 흥해 군수 수졸재 류화 선생이 청하 태수 윤여균과 이별하며 읊은 칠언절구이다(이춘구, 『완산골 선비의 국가개조론』, 신아출판사). 흥해와 청하 모두 포항의 옛 지명이다. 지음 종자기는 가장 절친한 친구를 가리킬 때 인용하는 사람이다. 전주 원동 출신의 수졸재 선생이 경상도 흥해군수로 발령 났을 때 흥해에서 지은 시이다.

수졸재 선생은 윤여균의 아들에게 주는 시, 흥해 객관에서 느낀 감상을 그린 시도 유고집에 남겨두고 있다. 선생이 흥해군수로 부임하러 가는 길에 진안, 하양(경산), 영천 등에서 시를 남기며 영남의 인물과 산수를 그렸다. 호남과 영남의 교류는 품격을 바탕으로 연면히 이어지고 있다. 근대산업화가 몰아치기 이전까지만 해도 양 지역 간 교류는 이처럼 활발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집권연장이나 패권구축 등의 목적으로 영남과 호남을 갈라치기 하며 지역차별, 지역소외 등의 망국적 우환을 안게 됐다.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도 우려했던 지역구도가 되살아나 동서양분 현상을 재연하고 말았다. 윤석열 당선인과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호남의 경우 14.4~11.4% 대 86.1~83%를 기록했다. 대구와 경북의 경우 75.1~72.8% 대 23.8~21.8%를 보였다. 이 같이 양분된 지지는 수도권 등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쳐 거의 대등한 경쟁 양상을 보였다. 사실 민주주의는 이처럼 대등한 경쟁이 벌어질 때 발전하는 것이다. 찬성과 반대가 비등할 때 공론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대안도 적절하게 수렴될 것이다.

보다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공정하게 상식이 통하게 하려면 이번 투표에서 나타난 것처럼 우려스러운 지역구도를 저 멀리 떠나보내야 할 것이다. 맹목적적인 지역구도로 인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는가? 지금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융합시켜 한국적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국민통합의 성숙된 선진사회를 건설해야 할 때이다. 법치주의(Rule of Law)와 적법절차(Due Process of Law)가 지켜지는 가운데 자유가 넘쳐나고,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가 존중되는 시장경제가 원만하게 작동돼야 한다. 시장이 실패할 경우 시장을 보완하고, 지역과 계층, 성,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통합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여기서 국민통합을 위해 대구·경북과 전주·전북의 온달동맹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온달은 온고을 전주의 첫 글자 ‘온’과 달구벌 대구의 첫 글자 ‘달’에서 따온 것이다. 정치적으로 두 지역이 활발하게 교류를 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통합차원에서 실행하고 있는 전북동행 국회의원 가운데 양금희(대구 북구갑), 김승수(대구 북구을), 추경호(대구 달성), 구자근(구미 갑), 송언석(김천) 의원 등은 대구·경북 출신이다. 이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전북 국회의원들이 서로 협력적 관계를 맺기를 바란다.

온달동맹이 실질적으로 성공하려면 대구·경북과 전주·전북의 시장과 도지사들이 온달동맹 협약을 맺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전주-김천 간 철도 건설을 비롯해 고속도로 연계망 구축, 탄소·수소·신재생에너지 광역프로젝트 등도 양 지역 간에 공동사업을 추진하면 좋을 것이다. 또한 전주를 중심으로 상주와 문경 등에 흩어져 있는 후백제 역사문화를 복원하고 보존하는 사업도 공동추진하기를 바란다.

온달동맹은 대구·경북과 전주·전북의 경제, 문화예술, 그리고 학계 등 각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추진 돼야 할 것이다. 특히 수필문학회, 시문학회 등을 중심으로 먼저 추진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온달동맹, 동서화합을 호소하는 이유는 인간 본연의 착하고 맑은 이성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윤석열 당선인이 통합을 추진하고 있어서 그 필요성을 더욱 더 절감한다. 온달동맹이 국민통합의 기수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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