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산(聖主山) 주맥이 힘차게 남서쪽으로 흘러내린 곳! 반파가야 왕궁터로 추정되는 곳이다. 장계면 삼봉리 탑동 한 복판에서 문화재 시굴조사가 진행 중이다. 길이 10m, 폭 2m 트렌치(도랑) 2개를 군산대학교 가야문화연구소가 굴착했다. 대략 4.5m 깊이까지 굴착한 결과 표토층 아래로 5개 안팎의 층위가 확인됐다. 아래부터 1층은 할석과 암갈색 사질토이다. 2층은 명회색 사질점토이며, 3층은 명갈색 사질토와 갈색 사질토로 판축이 다져졌다. 4층은 할석(깬 돌)과 명회색 사질점토, 그리고 5층은 할석에 암갈색 사질토로 다져졌고 그 위가 표토층으로 확인됐다. 

  가야문화연구소장인 곽장근 교수는 크고 작은 할석을 이용해 배수가 잘 되고 대지를 견고하게 층층이 조성한 것으로 설명했다. 현재까지 조사 성과로 볼 때 탑동마을 일대는 삼국시대에 대규모 대지조성이 이루어져 사용됐으며, 나말여초인 후백제 시대에는 개안사지가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시굴현장에서 내려와 탑동 입구에 서서 보니 5-6m 높이의 단 시설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백제 무왕 때 지어진 익산 왕궁 터의 왕궁과, 단, 그리고 규모 등이 흡사하다는 생각을 갖는 것은 필자만의 상상일까? 

  곽장근 교수는 이번에 1차 시굴로 확실하게 5층으로 단이 형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탑동 남쪽부터 중앙으로 5.5m 높이의 단이 인위적으로 조성됐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대규모 시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치로 볼 때 성주산과 백화산 자락을 안고 있는 금계포란 형국이기도 하고 노서하전 형국의 명당이 분명하다. 금계포란은 황금닭이 계란을 품는 형국을 가리키며, 노서하전은 늙은 쥐가 곡식이 풍부한 밭으로 내려오는 형국을 가리킨다. 성주산 주맥의 흐름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성주산은 이름 그대로 성군(聖君)이 주재하는 산이다. 그러니 반파가야 왕궁터로 보는 것도 일맥상통할 수 있다. 

  왕궁터 추정지 중심에 서니 바로 저 건너편에서 삼봉리 가야 고분군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조금 더 높은 봉우리를 보니 그 자리가 8개 방면의 봉화가 집결하는 삼봉리 봉화터이다. 봉화터에는 산성 유적이 함께 하고 있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2021년 12월 21일 이 산성이 가야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반파가야의 이러한 유적들이 위치한 것을 볼 때 탑동 이 자리는 왕궁터일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5층으로 흙과 할석을 다져서 단을 쌓고 왕궁을 지었을 가능성을 상정하는 것이다. 반파가야 국가 차원의 토목공사 흔적이 역력하다. 가야 유적 가운데 왕궁 터를 비정한 곳은 김해와 함안 두 곳이다. 함안 아라가야에서도 판축공사가 이뤄졌으나 장계 반파가야보다는 규모가 훨씬 적다고 한다. 

  반파가야의 왕궁터 추정지 탑동 일대는 또 고대문화 유적의 보고이다. 1km 안팎의 거리에 삼봉리 지석묘군과 유물산포지가 있으며, 장계리와 호덕리 고분군, 월강리 고분군과 송천리 유물산포지 등이 즐비하다. 경주나 부여 시내 곳곳이 신라나 백제 유물 산포지인 것과 비슷하다. 할 걸음만 떼도 반파가야를 비롯한 고대유물이 모습을 드러낼 것만 같다. 성주산 주맥이 탑동으로 밀려오는 그 자리에 개안사터가 자리하고 있다. 평평하게 닦아놓은 자리에 천백여년 전 후백제의 사찰이 위용을 자랑하는 듯하다. 가야와 후백제의 향수를 찾아 헤매는 가여운 영혼에게 수지문과 어골문 기와편이 그 답을 주는 것 같다. 전주 인봉리 후백제 왕궁터 기와만큼 단단하고 크다. 훗날 역사의 퍼즐을 맞추라고 그 자리에 기와조각들을 두고 왔다. 

  현장을 함께 답사한 송화섭 중앙대학교 교수는 “이번 조사를 통해 인위적인 대규모 대지 조성이 확인됐다.”고 말하고, “유구 확인을 위한 마을 일대의 보다 면밀한 정밀지표조사와 시굴조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라북도와 장수군 문화재 당국은 때를 놓치지 말고 본격적인 정밀지표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기를 바란다. 정밀지표조사 등을 통해 반파가야 왕궁터로 확인되면 필자가 제안한 바와 같이 반파가야 왕경복원사업을 펼쳐나가기를 기대한다. 고대 철과 봉화의 왕국 반파가야가 하루 빨리 그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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