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훈 농진청디지털농업추진단장

“그동안 수십 년 농사를 지어온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남들은 온실을 놀리는 이 시기에, 이곳에서 열무를 키울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스마트팜 온실에서 열무를 키운다고요? 그게 수익성이 있어요?”
“딸기 모종이 들어오려면 서너 달 기다려야 하는데, 그 사이에 열무를 심어서 설날에 판매해 틈새 소득을 올렸습니다. 상상력이 풍부한 젊은 친구들은 역시 다릅니다.”

며칠 전 김제 스마트팜혁신밸리에 들렀을 때 전북농식품인력원(스마트팜농업교육센터) 직원과 나눈 대화이다.
정부는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 갈수록 커지는 기후변화와 같은 농업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농업과 첨단기술을 융합한 스마트팜 확산 정책을 추진중이다. 그 일환으로 스마트팜 청년농을 육성하고 미래 농업 기술을 연구·생산하는 농업 혁신의 거점으로 김제를 포함한 전국 4개 지역에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만들었다. 그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정부의 디지털농업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주목된다.
김제는 작년말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혁신밸리를 준공하여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핵심기능은 예비 청년농 스마트팜 교육, 청년농 대상 임대형 스마트팜 지원, 스마트팜 기술의 연구 실증 지원이다. 특히 스마트팜 청년창업보육센터는 예비 청년 농업인을 대상으로 스마트팜을 통해 농업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18개월 동안 최신의 이론과 실습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졸업후에도 우수 교육생에게 3년 동안 임대형 스마트팜에서 경영과 재배역량 향상의 기회를 제공하여 창업을 준비하는 시간을 갖도록 지원하고 있다.

52명이 동시에 교육받을 수 있는 김제 스마트팜 청년창업보육센터에는 현재 47명의 청년농들이 교육을 받고 있고, 교육생의 20%는 청년 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간호사, 펀드매니저, 주방장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한 청년들은 왜 농업에 뛰어들었을까? 그들은 농업이 경험과 감으로 농사짓는 1차 산업 수준을 너머, 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농업이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데이터에 근거한 섬세한 환경관리, MZ세대의 취향에 맞는 품목과 품종의 선택, 시대의 흐름에 맞춘 가공식품 개발 등 농업의 새로운 가치는 그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한 매력이 있었을 것이다.

바야흐로 4차산업혁명 시대에 농업도 무한 기술경쟁에 들어갔다. 재배와 가공 중심이었던 농산업은 스마트팜이나 그린 바이오 등 기술기반 산업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메타버스 등의 신기술이 농업을 관통하고 있다. 모두 데이터에 기반한 기술이다. 이 데이터를 농업에도 활용해야한다. 이러한 기술을 이용해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농사짓는 것이 디지털농업이다. 농사짓는 사람이 줄고, 고령화된 현시대에는 디지털농업이 지속가능한 농업을 구현할 유일한 대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이 우리 농업에 필요하다.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는 오늘도 토마토와 가지가 익어가고 있다. 디지털농업을 실현시킬 예비 청년농업인들의 땀방울이 있기에 우리 농업의 미래는 밝다.
디지털농업의 희망인 청년농업인이 우리 농촌에 많이 들어오길 바라면서, 김제 스마트팜 창년창업보육센터에서 교육받고 있는 47명의 청년농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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