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과 한글을 접목하고 각각의 주제로 한국화와 디자인 조형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된다.

한국화가 김도영 작가가 5월 1일까지 서학동사진미술관 초대로 '한 걸음마다 하나의 풍경Ⅰ'개인전을 갖는다.

작가의 근간은 한글과 한옥이다. 한글 자형을 한옥의 조형에 수용해 한국화로 발표한 이후에 이를 전각 작업을 통해 24개의 자모음으로 '한옥한글'의 고유한 자형을 완성했다. 작가는 현재 한옥을 주제로 한 한국화와 한글을 주제로 한 문자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한옥을 주제로 한 한국화는 민화에서 주로 사용하는 전통 그림 시점인 하늘에서 보는 시점과 땅에서 보는 시점을 동시에 사용한다.

부감법을 이용한 한옥의 기와지붕 형상이 두드러지게 하고 평원법은 한옥 안에 펼쳐진 삶과 생의 흔적을 보는 이에게 추억의 자리로 내어주고 있다.

한지위에 분채로 겹겹이 올린 채식기법 또한 밀도 있게 차분한 발색으로 한국적인 감성을 더한다.

한옥은 자연 안에 있을 때 더불어 하나가 되기에 마당을 걸을 때나 마루에 앉아 있을 때나 '한 걸음마다 하나의 풍경'을 제공한다.

작가는 한옥의 형상을 재현하거나 풍경의 한 장면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서 한옥이 주는 정서에서 비롯한 내면의 사유를 담았다. 이는 작가가 그림을 보는 이가 한옥과 대화하길 바라고 다시금 그들의 '마음 풍경'이 되기는 기대하는 것이다.

한글을 주제로 한 문자작업은 24개의 '한옥한글'이미지를 나무에 레이져 투각하면서 시작된다. 노랫말, 시, 문구를 자모음 조합으로 배열해 평면, 반 입체, 설치 등으로 시각화하게 된다.

오방색으로 채색한 한지 위에 투각한 한지 글자로 '아리랑'과 '훈민정음'을 콜라주 하기도 하며 한글 자모음을 모빌제작해 다양한 조명을 이용한 공간 설치 작업으로도 이어간다.

'너와 나의 암호말'은 전시장 벽에 떠다니는 글자 그림자가 폰과 컴의 문자가 넘치는 시대에 형식적으로 나누는 의미없는 문자와 같음을 공간에 형상화 한 작업이다.

또한 문자디자인 작업으로도 '한글한옥'은 다양하게 활용되어 타이포그래피 영역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한글은 자모음이 모여 무한한 소리를 만들어 내듯이 무한한 작업의 소재로 작동되고 있다.

김상철 동덕여대 교수는 "작가에게 있어서 한옥과 한글은 작업 전반을 지지하는 형식이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내용은 이를 통해 상기되는 삶의 기억에 대한 반추이다. 작가의 기억은 삶의 양태를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추억으로 환치된 내밀한 내용들을 은유적으로 제시하고 여백을 통해 상상케 함으로써 그 공감의 폭을 확장시키고 있다."면서 " 그 실질은 그 속에서 이루어졌던 삶에 대한 동경이자 희구이며, 그 삶의 이야기들을 엮어 내었던 인물들에 대한 아련한 연민으로 읽혀진다. 작가의 작업이 한옥, 혹은 한글이라는 정형화된 가치를 넘어 안온한 정서와 따뜻한 감성의 극히 인간적인 화면으로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연유일 것이다."고 평했다.

이어 "작가는 소소하고 은밀하며 극히 사적인 기억들의 반추를 통해 낡고 오래된 것들의 너그럽고 따뜻한 감성과 그 속에서 이루어졌던 지나간 것들에 대한 연민을 표출해 내고 있다."며 "그것은 소재와 표현이라는 조형의 얼개 너머에 자리하는 작가의 사유이다. 이로써 작가의 작업은 새로운 지평을 마주하고 있다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도영 작가는"이번 전시는 2021년까지 사진 전문갤러리로 운영되던 서학동사진관이 서학동사진미술관으로 명칭을 바꾸면서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열고자 하는 첫 번째 전시에 초대다. 한옥의 상징이 된 전주시 그리고 마침 나와 동갑인 한옥 전시장에서 발표할 수 있어 작가로서 감회가 새롭다"면서 "한옥과 한글 작품이 한옥의 공간에서 서로 조화로운 빛이 되어주길 바라며 먼 길 돌아와 다시 찾은 고향 집처럼 한옥 전시장에서 펼친 나의 작품들이 찾아오는 이들에게 많은 위안과 안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도영 작가는 전북대학교 미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다수의 개인전과 초대전에 참가하며 서울, 세종, 전주를 기반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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