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 전후부터 562년까지 존속한 가야의 실체는 아직도 다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 가야사 연구의 가장 큰 애로는 사료가 빈약하다는 점이다. 삼국유사의 가락국기가 국내 사서로는 유일하게 가야를 간단히 언급할 뿐이다. 또 일본의 일본서기와 중국의 양직공도에 가야가 등장한다. 하지만 일본서기는 왜곡된 기사투성이여서 신뢰하기 어렵고 양직공도 역시 중국 측의 단편적인 기록이어서 사서로서 가치는 떨어진다.

  가야사는 기록보다는 오히려 고고학적 유물이 풍부해 연구에 진전을 보는 편이다. 오늘날 경남과 경북, 전북, 전남 등에서 가야의 유물들이 많이 출토되고 있다. 가야가 남긴 고분군은 아주 귀중한 유물들이다. 대략 780곳에 달한다. 이를 토대로 가야의 영역이 낙동강과 섬진강을 아우른다는 게 학계의 입장이다. 

  이 가야의 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여부가 오는 6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지난 2013년부터 9년 동안 꾸준히 노력을 기울인 결과 잠정목록 등재, 세계유산 등재신청 대상 선정, 등재신청서 완성도 검토 등 절차를 통과하고 최종 결정만 남겨놓고 있는 것이다. 대표 고분군인 경남 5곳, 경북 1곳, 전북 1곳이 후보지다. 전북에서는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이 포함됐다. 만약 가야 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면 국내에서는 16번째 세계유산이 탄생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 과정서 문제가 생겼다. 바로 일본 학계가 주장하는 임나일본부 시비다. ‘식민사관으로 왜곡된 가야사 바로잡기 전국연대’는 지난 2월 세계유산등재 추진 보류와 추진단이 발간한 ‘가야고분군 연구총서’폐기를 요구했다. 이들이 문제 삼는 것은 합천 다라국과 남원 기문국명칭이다. 이들 명칭은 삼국유사에는 나오지 않고 일본서기나 양직공도에만 등장한다. 따라서 이를 인정하면 고대부터 한국이 일본 식민지였다는 일본 측 억지 주장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추진단 임나일본부 관련을 강하게 부인했다. 다만 전문가들의 발굴 결과 합천과 남원 고분군에서 가야 유물이 나와 이 이름을 받아들였다는 입장이다.

  임나일본부설은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점하는 명분의 하나로 이용한 날조된 주장이다. 그 논리들은 우리나라 학계의 반론 등으로 이미 폐기된 상태다. 일본 내에서조차 과거 일본이 한반도를 지배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실제로 2022년 일본 사회과 교과서에서도 관련 서술이 7종 중 3종에서 빠졌다고 한다. 그러니 지엽적인 것에 너무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가야 고분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자체가 우리나라 역사문화에 대한 높은 평가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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