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흔히 ‘곤충의 행성’이라고 부른다. 숫자로 보면 지구의 주인이나 다름없다. 기록된 곤충 종만 해도 80만 종으로 전체 동물의 80%가량을 차지한다. 종 수에서 알려지지 않은 것까지 합하면 약 300만 종에 달한다고 한다. 또 곤충은 적응력이 아주 강해서 어느 곳에서나 생존하고 번식한다. 사막이나 고산지대, 심지어는 남극과 북극지방에서도 살아간다. 

  역사도 장구하다. 곤충이 지구상에 출현한 것은 약 3억 5천만 년 전인 고생대 데본기로 추정된다. 현생 인류의 역사가 30만 년 정도이니 곤충의 나이가 얼마나 오래됐는지 알 수 있다. 중생대에 이르면 지금의 곤충들이 대부분 선을 보였다. 나비, 벌, 파리, 딱정벌레류 등이 속씨식물과 함께 등장했다. 
  곤충의 역사가 긴 만큼 인류와의 인연도 깊다. 곤충으로 인간의 역사가 바뀐 예는 허다하다. 19세기 프랑스 나폴레옹군이 월등한 전력을 갖고도 러시아에 패배한 이유는 이가 옮긴 발진티푸스라고 한다. 또 동방 원정 때 알렉산더 대왕이 죽은 것도 작은 말라리아 모기 때문었다. 14세기 유럽서 벼룩이 옮기는 흑사병 탓에 모두 2천500만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물론 곤충은 지구촌 생물을 위해 좋은 일을 더 많이 한다. 식물의 수분을 통해 번식을 돕고 생물학적 구조를 분해하는 역할도 한다. 우리 주변에 동물 사체가 거의 없는 것은 곤충 덕이다. 먹이 사슬에서 다른 동물의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수석 큐레이터인 에리카 맥알리스터 박사는 “만약 우리가 세상에서 곤충을 모두 없앤다면 우리도 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척추동물의 약 60%는 생존을 위해 곤충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 곤충이 줄고 있다. CNN 방송 최근 보도에 의하면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연구진은 전 세계 6천 개소의 토지이용과 해당 지역에 서식하는 곤충 1만8천 종의 개체 수를 20년간 추적했다. 그 결과 기후변화와 현대적 집약농법 도입에 따른 서식지 파괴가 심한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곤충 개체 수가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고 서식하는 종의 수도 27%가량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현상은 열대 지방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곤충 개체 수 감소 원인은 이미 나와 있다. 기후변화와 대규모 농업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살충제, 공해 등이다. 앞서 언급했듯 곤충의 종말은 곧 인간 등 지구 생명의 종말이다. 따라서 곤충의 감소를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부터 자생식물을 보호하고 농약 사용을 억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곤충을 더럽고 귀찮고 병을 옮기는 해충으로만 보는 시각을 고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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