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프랑스 대선 결과는 지각변동이었다. 프랑스 정치는 미국이나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양당 정치 구조였다. 이름은 자주 바뀌었지만 대략 중도 좌파와 중도 우파가 번갈아 가며 정권을 나누어 갖는 형태였다. 그런데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닌 신당 ‘전진하는 공화국’을 만들어 대선에 나선 마크롱이 이 철옹성을 깨트리고 승리한 것이다. 

  이전까지의 프랑스 정치 지형을 보면 마크롱의 등장이 얼마나 큰 변화인지 알 수 있다. 1958년 이래 안정적으로 양당체제를 운영하던 프랑스 선거는 좌파 사회당과 공화주의 보수파의 대결이었다. 물론 1986년을 시작으로 좌우 동거정부가 몇 차례 있었다. 대통령과 총리의 소속 정당이 다를 경우 동거정부라고 부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신인이나 다름없는 39세의 마크롱이 대통령에 오른 것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초대형사건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몇몇 요인들이 있었다. 우선 중도 성향이 강해졌다는 사실이다. 마크롱은 처음부터 중도를 표방했다. 자신은 좌도 우도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드골주의 전통이 강한 프랑스는 국가 개입이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득세하자 이 국가개입주의는 신자유주의와 타협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80년대 두 번이나 대통령에 오른 사회당 미테랑이 사회주의 정책을 포기하고 시장친화적 정책으로 돌아선 것도 이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5년간의 마크롱 대통령 성적표는 신통치 못했다. 국민통합을 외쳤지만 국민분열이 더 심해졌다. 잇단 개인 리더십에 의한 자유주의 개혁조치들에 국론이 갈라진 것이다. 또 경제도 그리 좋지 못했다. 임기 말에 나아지기는 했지만 실업률이나 성장률, 물가상승률 면에서 휘청거렸던 것은 사실이다. 난민 정책에 대한 불만도 높았다.
  그런 악조건 아래서도 마크롱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 24일 재선이 확정된 마크롱은 유권자들을 향해 “이제는 한 진영의 후보가 아니라 만인의 대통령으로서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상대인 극우 르펜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의 분노에 대응책을 찾겠다고도 했다.
  그의 당선사례에서도 보듯 그는 온건한 중도주의자다. 프랑스 정치의 대세와 흐름을 같이 한다. 그러나 극단주의나 포퓰리즘에 의존하는 극우 르펜의 약진은 앞으로의 프랑스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한다. 중도주의는 사실 좌우 양쪽에서 모두 공격을 받을 수 있다. 또 중도주의는 신자유주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마크롱이 외치는 새 정치가 2기 5년 임기 동안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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