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먹거리에는 듣보잡 레시피가 많다. ‘듣보잡’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것이라는 뜻이니 잘 알려지지 않은 레시피가 다수 나온다는 말이 된다. SNS는 물론 TV를 켜도 상상을 뛰어넘는 음식 레시피들이 등장한다. 

  잘 알려진 것으로는 짜파구리(짜파게피+너구리)가 있다. 2013년 TV 예능프로에 나온 윤후가 맛있게 먹으면서 탄생한 이른바 프랜스포머 레시피다. 이 음식이 인기를 끌자 해당 브랜드인 짜파게티는 그해 라면계 넘버 2 브랜드로 약진했다. 연이어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듣보잡 레시피가 쏟아졌다. 너볶이(너구리+떡볶이), 왕구리(왕뚜껑+너구리), 골빔면(골뱅이+비빔면) 등이다. 모두 기업이 아닌 소비자들이 값싼 재료들을 섞어 만들어낸 음식들이다. 
  이렇게 기업이 제공한 레시피를 따르지 않고 나름 재창조한 방법으로 제품을 즐기는 소비자를 모디슈머라고 부른다. Modify(수정하다)와 Consumer(소비자)의 합성어다. 이들은 새로운 체험을 즐긴다. 또 주로 인터넷 등을 통해 자신의 사례를 소개해 관심을 유도한다. 또 네티즌들은 이를 퍼나르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모방한다. 기업들 역시 이 아이디어를 새 제품 생산에 적용하기도 한다.
  이는 소비의 세계에서 완전히 새로운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개성이 강한 MZ세대를 중심으로 공급자인 기업의 의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소비자가 재창조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도 BTS가 라이브 방송에 출현해 비빔면에 대해 언급한 것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 양이 한 개로는 적고 두 개로는 많다는 요지의 발언이었다. 1.5개 정도가 적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팬들이 적극 호응했고, 해당 기업은 공정상 1.2개 분량은 가능하다며 이를 곧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에는 스타벅스가 이에 가세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19일부터 5월4일까지 소비자가 직접 음료 개발에 참여하는 ‘픽 유어 드링크(Pick your drink)’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스타벅스 측은 소비자와 함께 만든 신제품은 6월중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스타벅스는 ‘다양성 존중’을 핵심 주제로 지난해부터 브랜드 캠페인을 벌이는 중이다.
  흔히 소비자는 왕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는 현대 마케팅의 방향을 웅변하는 말이다. 기업들은 세심한 마케팅 조사를 통해 소비자의 욕구를 알아내고 이에 맞춘 제품을 생산한다. 이제 이런 방식도 바꿀 때가 된 듯하다. 내 멋대로 소비하겠다는 풍조가 확산되면 기업으로서는 아예 모디슈머들이 만들어낸 레시피에 의존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명실상부한 소비자가 왕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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