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총력전을 펴고 있다. 이런 흐름은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라는 새로운 경제 현상을 낳았다. 친환경을 상징하는 그린과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을 합성한 말이다. 이 신조어는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서 각종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원자재 수급 불안으로 물가가 오르는 것을 뜻한다. 친환경 관련 원자재 수요는 급증하는데 규제로 생산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탈화석연료를 외치다보니 오히려 친환경 원자재 가격이 너무 뛰었고 그 바람에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오히려 방해를 받는 역설이 현실화 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구리나 니켈, 알루미늄, 리튬 등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꼭 필요한 광물들이다. 이를 얻기 위해서는 용광로를 가동할 수밖에 없다. 그 용광로에 필요한 열을 내는 것이 바로 석탄 등 화석연료다. 그런데 규제로 인해 이것이 여의치 못한 것이다. 
  배터리 주원료인 리튬 가격을 보면 그린플레이션의 전개 양상을 잘 알 수 있다. 원자번호 3인 리튬은 금속 중에서 가장 가볍고 고체 원소 중에서는 밀도가 가장 낮은 금속이다. 이 금속이 배터리 양극 물질로 사용되면서 수요가 폭증하는 추세다. 반면 생산은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칠레 등 일부 국가에 한정돼 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결국 가격이 뛰고 있다. 리튬 가격은 2017년 상반기 들어 3년 만에 4배가 뛴 일도 있었다. 또 올해 들어서도 무려 70%가 올라 전기차 업계 등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 같은 친환경 원자재 가격 폭등세는 현재로서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얼마 전 벨기에 루벤대 연구진은 이런 친환경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대안으로 해당 금속의 재활용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세계적인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은 구리, 코발트, 리튬, 니켈, 희토류 등의 채굴 속도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2035년 전까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철을 재활용해 소재 부족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은 중국의 탈탄소 정책으로 그린플레이션의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다. 친환경 원자재의 공급 비중이 높은 중국이 생산량을 줄이면서 각종 금속과 희토류 가격이 우리나라 물가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루벤대의 재활용 방안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고철류 재활용 등을 통해 자원의 순환경제 시스템을 만들자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리튬을 바닷물에서 얻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어쨌든 탄소 중립 목표가 그린플레이션 때문에 좌절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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