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세계 3대 진미라고 하면 철갑상어알과 송로버섯 그리고 푸아그라를 친다. 이중에서도 푸아그라는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고급요리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푸아그라는 ‘살찐 간’이라는 뜻이다. 거위나 오리의 지방이 낀 간이 바로 푸아그라의 원재료다. 그 깊고 풍부한 맛은 세계 최고의 요리로서 이름값을 단단히 한다.
  그 역사는 의외로 길다. 약 5000년 전 이집트 사람들은 야생 거위들이 먼 거리를 이동하기 전에 유난히 먹이를 많이 먹어둔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로 인해 거위들의 간에 지방이 쌓이고 크기도 커진다는 것도 발견했다. 또 거위를 요리해보니 이 간의 맛이 뛰어나 식재료로 제격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집트인들은 이 대목에서 가바주라는 기발한 사육법을 생각해냈다. 사냥으로 잡은 거위를 집에서 사육하면서 강제로 많이 먹여 키우는 것이다. 사료나 과일 등을 관을 통해 식도로 밀어넣는 방식이다. 이렇게 키운 거위는 살이 통통할뿐더러 스트레스로 인해 간이 비대해지고 지방이 쌓였다. 물론 오늘날 시각으로 보면 전형적인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
  이후 이 사육법은 지중해를 거쳐 고대 그리스 로마로 전해졌다. 로마인들은 특히 거위 간을 고급요리로 높이 샀다. 로마의 미식가 가비우스 아피시우스가 쓴 요리책에도 이 사육법과 요리가 등장한다. 
  그리고 드디어 살찐 거위 간은 미식의 나라 프랑스 요리에도 명함을 내민다. 태양왕 루이 14세는 푸아그라 요리를 전 유럽에 소개했다. 1788년 루이 16세는 알자스 군주로부터 푸아그라를 공급받는 조건으로 영토 일부를 떼어준 적도 있었다. 이와 함께 요리법도 진화했다. 거위 간은 양념을 한 뒤 익히는 것을 위시해 곱게 갈아 무스로 만들기도 하고 지방을 섞어 병에 넣어두었다가 먹기도 했다. 오늘날 푸아그라는 프랑스 고급 요리의 대명사가 됐다. 
  그런데 미국 대체육 제조업체 베터미트가 대체 단백질로 만든 푸아그라를 곧 출시한다고 전해졌다. 푸아그라 관련 동물 학대 논란 없이 똑같은 맛을 즐길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미국에서는 이미 여러 곳에서 푸아그라 식용을 금지하는 양상이다. 다만 대체육 푸아그라 값은 기존 푸아그라보다 더 비쌀 것으로 보인다.
  푸아그라는 반생명적 요리다. 인간의 미각을 만족시키고자 거위와 오리를 잔인하게 키운 뒤 도살한다. 그것과 다를 바 없는 대체육 푸아그라 탄생은 그래서 환영해마지 않을 일이다. 앞으로 대체육 시장은 더 커질 게 분명하다. K-식품으로 한창 성가를 올리는 우리나라로서도 대체육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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