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귀재 전북대 전 부총장 칼럼

광고에서 ‘녹색 갈증‘이란 말을 접했다. 녹색 갈증은 녹색, 푸르름에 대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라는 생각이 든다. 생존 본능이랄까? 이 생존 본능을 충족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인류가 생존하고 지속적인 번영을 도모하기 위해 현재와 미래에도 마주할 과제인 환경과 생태계 악화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식량안보와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즉 과거와는 달리 각각의 문제를 따로따로 해결하는 방식이 아닌 환경, 식량, 에너지 사이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에 대한 분명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한 식량생산, 에너지 생산과 이용, 생태계 보전을 도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으로 인해 식량안보와 에너지안보 이슈가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CNN은 러-우 전쟁으로 인해 세계가 식량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천연가스 및 유가의 상승을 가져 왔으며, 암모니아와 요소의 생산 감축에 따른 비료 수급의 차질로 글로벌 식량공급에 연쇄효과(Knock-on effect)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현대농업이 화학비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농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식량 및 에너지 자립기반 확보 여부가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인간은 아직은 하나의 주어진 지구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존재이다. 인간은 생태계 순환과정에서 얻어지는 물질을 이용해 살아가는 존재이다. 우리는 이 물질을 ‘유기물’이라 부르며, 때로는 식량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화석연료나 바이오에너지의 형태로 동력에너지로 이용하기도 한다. 일정 부분 야생동물이나 가축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물질순환 과정에서 지구상의 모든 생물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유지하기 위한 환경이 인류문명의 발전과 함께 급속히 악화되고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개선되고 있지 않아서미래의 인류 생존과 지속적인 번영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이다. 특히 토양이나 수생태계의 악화와 오염은 지속가능한 인류 발전의 걸림돌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부족한 것을 채울 수 있는 새로운 적응방안이 마련될 수 있으나 이미 손상된 것을 회복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대기 중의 온실가스농도를 줄이려는 노력이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된다 할지라도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온난화 효과를 줄이는 것이 매우 어렵고, 과도한 토지이용으로 인해 한번 유실된 토양을 복구하기는 쉽지 않다. 오염된 강이나 하천을 복구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과 세월이 필요하다.               
인류문명의 발전과 함께 대부분의 산업과 마찬가지로 현대적인 농업방식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형태의 농업이다. 엄밀히 말해 현대적인 농업방식은 에너지 소모적이어서 지속가능한 농업방식이 아니다. 또한 화석에너지의 사용은 온실가스배출을 가져오고 이는 다시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농사실패라는 것으로 되돌려 준다. 더구나 과도한 토지이용방식은 토양의 질적인 악화를 가져와 빈번한 병의 발생으로 농사를 어렵게 한다. 또한 과도한 비료나 농약의 사용은 지역 하천의 오염을 초래하며 나아가 바다 생태계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새로운 질병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복잡하게 얽혀져 있는 지구생태계 내에서 식량 및 에너지 안보를 해결하고,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질병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그린뉴딜’만이 최선의 해답이라 여겨진다. 그린뉴딜은 환경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뜻한다. 이를 위해 기후스마트농업, 친환경 생태농업, 바이오에너지 생산 및 자원순환 농업, 탄소중립을 위한 탄소흡수원 및 저장소로서의 경지 활용 기술 개발,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 하는 방안으로서 융합적인 방식의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 
특히 태양광에너지 이용, 친환경적인 생분해성 비닐의 개발 및 이용, 효율적인 물이용 시스템의 확대 등과 같은 새로운 과학기술의 적극적인 도입이 절실하다. 
요즈음 국제사회에서 핫한 이슈로 떠오른 에너지, 환경, 식량에 관한 글로벌 트렌드를 읽고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새로운 틀을 설정하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의 본질과 핵심을 찾는 것도 과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우선 이들 상호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연구결과가 현장에 구현될 수 있도록 성공사례를 발굴하며, 또한 이를 확산하기 위해 정부 및 지자체의 기관 혹은 산업체사이의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공지능, 빅데이터, 플랫폼 등이 발달하면서 나타나는 빅블러(Big Blur) 현상으로 산업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이 시대에 산업간 융합이 더욱 확대될 것이므로 농업 및 식품산업 분야에 타 분야와의 협력이 글로벌 시대에 성공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다양한 영역의 지식과 기술을 접목하기에 유리한 대학이 ‘그린뉴딜 1번지’로서 거듭나야 된다. 대학이시대 흐름에 맞게 융합 방식의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영농기술과 수단을 개발하는 것은 우리의 녹색 본능을 충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식량 및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는 일이다. 그래야 우리의 자급 기반을 강화하고 외부 충격에 완충능력을 강화할 수 있으며, 근대의 생산 위주의 물질문명에서 보다 인간적인 녹색 갈증을 해결하는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을 주도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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