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Diaspora)는 고대 그리스어 디아(dia)와 스페로(spero)가 합쳐진 말이다. 디아는 ‘~넘어’ 그리고 스페로는 ‘씨를 뿌리다’ 혹은 ‘흩어지다’는 뜻이다. 이를 합하면 ‘고국을 떠나 흩어진 사람’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원래 팔레스타인을 떠나 여러 나라에 흩어져서도 규범과 생활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지칭한다. 디아스포라는 이후 그 뜻이 확대돼 본토를 떠나 타국에 살면서도 고유의 정체성과 문화를 잃지 않는 민족을 가리킨다. 
  역사상 유대인들의 디아스포라는 기원전 8세기 시작됐다. 이스라엘 왕국이 아시리아의 침입으로 멸망하자 이들은 고향을 떠나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이스라엘 왕국의 흥망에 따라 유대인들의 집단 이주는 계속됐다. 
  그런데 고국을 떠난 유대인들은 다른 민족과는 다른 면이 있었다. 바로 자신들만의 규범과 습속을 버리지 않고 계승하는 자세였다. 그들은 한결같이 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를 중심으로 정체성을 지켰다. 교육열과 결속력, 우수한 두뇌, 사업 수완 등이 그들의 무기다. 수공업이나 무역, 금융업 등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 재산도 많이 쌓았다. 
  오늘날 디아스포라를 거쳐 전 세계로 퍼진 유대인들의 지위는 아주 높은 편이다.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인물들 가운데 아인슈타인, 오펜하이머, 헨리 키신저, 조지 소로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워렌 버핏 등은 모두 유대인이다. 미국의 금융가와 언론계에서 유대인들은 막강한 파워를 자랑한다.
  그런데 요즘 한국인 이민자들의 활동상이 이들 유대인과 맞먹을 정도로 힘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의 재외동포는 현재 700만 명을 웃돈다. 재외동포들은 주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194개국에 걸쳐 흩어져 살고 있다. 그런데 유대인과 마찬가지로 근면성과 교육열, 비즈니스 등에서 우수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 이민사는 이제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로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한국인 이민문제를 다룬 영화 ‘미나리’가 아카데미 영화상을 받더니 애플의 OTT 오리지널 시리즈인 ‘파친코’가 인기몰이와 함께 평단의 높은 평가를 누렸다. 그런가 하면 역시 미국의 한인 2세를 소재로한 할리우드 스릴러 영화 ‘UMMA: 엄마’가 최근 개봉됐다. 이 작품은 호러 영화임에도 한국 정서의 상징인 모녀간의 ‘정’을 다뤄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인과 유대인은 근면성과 교육열 등 여러모로 닮은 면이 있다. 최근의 한국인 이민자 콘텐츠의 열풍은 세계인들에게 이 점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고 있다. 한국인들의 좋은 이미지는 이제 세계인들의 가슴에 깊이 새겨지는 중이다. K로 상징되는 한국의 파워가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궁금하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