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본산인 영국도 아직 계층 간 격차는 엄존한다. 특히 교육에서도 사회적 격차는 뚜렷하다. 대표적인 것이 명문대 입학이다. 영국의 교육제도는 좀 복잡한데 그중에서도 퍼블릭 스쿨(public school)이 눈에 띈다. 이 학교는 우리로 보면 사립 명문고다. 상류층을 대상으로 한 대학 예비학교인데 워낙 학비가 비싸고 입학이 까다로워 전체 학생의 8%만 여기를 다닌다. 퍼블릭 스쿨 출신은 당연히 옥스퍼드나 캐임브리지와 같은 명문대 입시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튼이나 윈체스터, 해로우, 럭비 등이 이에 속한다. 
  미국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은 치열한데 이 과정에서 부유층 등 상류층은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기숙형 사립고등학교가 그 선봉이다. 역시 학비가 비싸고 입학도 어렵다. 영국과 마찬가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명문대들은 사립고 출신을 선호한다. 요컨대 돈 많은 학생을 좋아한다는 말이다. 미국에서 아이비리그 대학 등 명문대 학부생 70%가 상류층 자녀이고 저소득층 자녀는 4%에 그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모두 다 알고 있듯 이런 흐름과 다르지 않다. 여유 있는 가정 자녀들은 특목고에 진학하고 여기서 명문대 입시에 대비한 철저한 교육을 받는다. 일반고 학생들과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의 경우 서울대 입시에서 절반 가량이 특목고 출신이었다. 
  명문대 입시가 중요한 이유는 여럿이다. 우선 명문대를 졸업해야 취업에 유리하다. 또 직장에서의 승진이나 연봉 책정 등에서도 특별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또 동문이라는 학맥을 활용해 사회적 성공에 남보다 쉽고 빠르게 나아갈 수 있다. 
  최근 일본 사회에서도 명문대 합격을 위한 사립 중·고교 입학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 보도에 의하면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대학 입시에 유리한 사립 중고교 진학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들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한 달 100만 원 학원비는 기본이라고 한다. 그뿐 아니다. 사립중고교에 들어가도 도쿄대 등 명문대 입학까지 본격적인 사교육 과정이 이어진다. 
  교육 불평등은 사회악이나 다름없다. 바로 계층 세습을 부르기 때문이다. 부유층은 얼마든지 고액 과외와 입시 컨설팅을 구입할 수 있지만 서민층은 한 달 수백만 원에 달하는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다. 그러니 이들이 경쟁한다는 것은 사실상 겉치레에 불과할 뿐이다. 교육이 계층 이동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전락해버리는 셈이다. ‘20대 80의 사회’ 저자 리처드 리브스는 상위 20%가 교육을 통해 ‘기회를 사재기’한다고 갈파했다. 해결책은 공교육 활성화다. 다 아는 답이지만 실천이 어려운 게 탈이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