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그룹은 디젤차에서 절대적인 기술력을 뽐내던 기업이었다. 디젤엔진의 친환경성을 강조하며 유럽은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등지에서 많은 디젤차를 팔았다. 그런 폭스바겐이 2015년 미국에서 큰 사건을 저질렀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폭스바겐 측이 디젤엔진에 조작된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배출가스 수치를 속여 발표했다고 고발했다. 환경기준의 40배에 달하는 유해가스를 뿜어낸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작은 기술적 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하던 폭스바겐은 계측장치 결함이 나오자 결국 사실을 인정했다.
  이 사건은 디젤게이트라고 명명됐다.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는 계열사인 아우디와 스코다, 세아트 등으로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각국은 리콜조치와 과징금 처분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여파로 전 세계의 디젤차 판매는 급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럽차 특히 독일차 회사들에서 이런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외국차 회사들에 모두 2차에 걸쳐 과징금이 부과와 함께 시정명령이 내려졌다. 폭스바겐과 벤츠, 스텔란티스, 포르쉐 그리고 일본의 닛산 등 굵직한 회사들이 걸려들었다.
  사건의 시작은 디젤엔진이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환경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한계 때문이었다. 기술적으로 디젤엔진은 질소화합물을 비롯해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등 유해물질을 많이 배출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기술진들이 온갖 처방을 써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디젤차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던 유럽차 회사들은 이를 포기하지 못하고 수치 조작이라는 비윤리적 방법을 동원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디젤차는 힘 좋고 연비가 가솔린엔진에 비해 높은데다 연료인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는 싸다는 장점 때문에 각광을 받았다. 그런데 환경 오염에 더해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추월하면서 디젤차가 사양길을 걷고 있다. 최근 전국 주유소에서 경유 가격은 리터당 1900원대로 휘발유 가격보다 높아졌다. 디젤차 판매량도 1년 사이 38%나 줄었다. 자동차 회사들도 디젤차를 속속 단종하는 추세다.
  디젤엔진은 한때 인류가 만든 내연기관 중 최고의 효율을 지닌 발명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친환경 바람에다 배출가스 조작 파문 그리고 경유 가격 급등 등의 악재로 역사의 뒤편으로 퇴장 중이다. 디젤기관 자동차가 1923년 독일에서 나왔으니 거의 100년 만의 일이다. 그렇다고 가솔린엔진이나 하이브리드 엔진이 영구적인 대안이 아니다. 여전히 온실가스 등을 많이 배출하고 있다. 전기차 역시 발전과정의 환경파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앞으로 수소차 등 신기술이 빨리 나와 자동차로 인한 오염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기대해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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