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을 캐러 산을 떠도는 사람을 심마니라고 부른다. 여기서 심은 삼이고, 마니는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심메마니’라고 부르기도 한다. 산을 뜻하는 메가 추가된 것이다. 그들은 귀한 산삼을 발견했을 때 “심봤다”라고 외친다. 심마니들이 이렇게 외치는 것은 산삼이 사람 눈에 띄면 도망가려 하기 때문에 이렇게 외쳐야 꼼짝 못한다는 속설 때문이라고 한다. 그만큼 산에서 오래 묵은 산삼은 영물에 속한다는 이야기다.
  산삼은 죽어가는 사람도 살린다는 귀한 약재다. 산속에서 크는 산삼에는 3가지 종류가 있다. 천종산삼과 지종산삼 그리고 인종산삼이다. 천종산삼은 말 그대로 자연 상태에서 50년 이상 자란 것이다. 지종산삼은 인삼씨를 동물이 먹고 배설한 뒤 산에서 자라는 삼이다. 30년에서 50년쯤 된 것들이다. 인종산삼은 산에서 사람들이 키운 삼이다. 산양삼이나 장뇌삼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심마니들의 목표는 천종산삼이다. 산삼이 생업인 심마니들은 아주 까다로운 관습을 따른다. 산에 들어가는 날짜가 잡히면 근신을 한다. 살생이나 음주를 삼가고 고기 생선 등 비린 것도 먹지 않는다. 또 초상집이나 잔칫집에도 가지 않으며 죽은 사체를 절대 보지 않는다고 한다. 산에 들어가서도 되도록 말을 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을 때는 그들만 통하는 은어를 쓰는 게 보통이다.
  심마니들은 산신령의 도움 없이는 산삼을 캘 수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움막을 짓고 불을 피우는 한편으로 산신제를 지낸다. 부정 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게 은밀하게 진행한다. 
  이 심마니는 사실 직업이라고 하기가 좀 애매하다. 오로지 산삼 캐기에 의존해서는 생계를 꾸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약초꾼들이 심마니 역할을 하는 게 보통이다. 전국의 심마니는 대략 80명 안팎이라고 알려져 있다.
  며칠 전 장수군의 덕유산 자락에서 천종산삼 8뿌리가 발견됐다. 한국전통심마니협회의 발표를 보면 산행을 하던 황모씨가 뿌리 무게 45g, 길이 70cm가량의 대형 산삼을 캤다. 이 어미 산삼은 1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7뿌리는 아기 삼으로 각각 15-70년쯤 됐다. 또 8뿌리의 총 무게 94g은 시가로 약 1억5천만 원에 달한다는 평가다.
  현대에 와 심마니는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다고 한다. 진짜 산삼 캐기가 어려운 만큼 키워보자는 발상이다. 바로 ‘농심마니’의 등장이다. 산삼을 찾는 한편으로 심으러 다니는 사람이다. 모 방송에서는 연 수입 4억 원의 31세 여성 심마니가 등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처음에는 인삼씨를 산에 심어도 대를 거듭하다 보면 산삼과 구분이 안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키운 인종산삼이 세계인을 사로잡는 명품이 되기를 기대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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