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인종차별은 깊은 뿌리를 갖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는 바로 백호주의(White Australia Policy)다. 백호주의란 백인호주 정책으로 인종차별의 다른 표현이다. 그 유래는 1800년대 중반 호주에서 벌어진 골드러시다. 금광이 대거 발견되자 많은 외국인들이 몰려들었다. 중국인노동자들이 가장 많았고 이들은 낮은 임금으로 일을 해 백인 노동자들의 반감을 샀다. 일자리를 빼앗긴 백인들은 정부에 이민을 제한하자는 주장을 폈다. 
  이에 호주 정부는 1901년 연방정부 출범과 함께 이민 제한법이라는 법률을 만들었다. 모든 유색인들을 배척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아시아인들을 막기 위해 어학 시험을 부과했고 영어를 아는 아시아인들에게는 그리스어 시험을 치르게 했다. 물론 백인 이민자들은 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됐다. 
  호주는 원래 영국의 죄수들이 건너가 만든 나라다. 원주민은 애버리지니 인종이다. 영국인들은 원주민을 철저히 무시했다. 그들을 ‘자연유산’으로 취급했다. 원주민들은 모든 공식적인 활동에서 참여할 수 없었고 이런 족쇄가 풀린 것은 1920년대 투표권이 주어지면서부터다. 
  그런가하면 백인들끼리도 차별이 있었다. 영국-아일랜드계가 주류였고 그리스나 이탈리아 등 남유럽 출신들은 하층민 취급을 당해야 했다. 
  이런 호주 인종차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인구가 적어 국력이 약하다는 지적에 따라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했다. 인구가 늘지 않으면 호주가 무너진다(Populate or Perish)는 구호가 나왔다. 그리고 1975년 인종차별금지법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그 악명 높은 백호주의가 제도적으로 불법화됐다.
  그 결과 호주는 표면적으로는 다문화 다민족국가다. 2천600만 명인 전 국민의 4분의 1이 외국 출생이며 부모 중 외국인이 1명이라도 있는 국민은 절반에 해당한다. 인구 12%가 중국이나 인도, 일본 등 아시아인이다. 
  그런데 지난 5월21일 실시된 하원의원 선거에서 아시아계 당선자가 6명이 나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번 총선에서 3명이 당선된 것에 비하면 두 배가 늘었다. 당선자들은 베트남계와 타밀계, 중국계, 스리랑카계, 인도계 등 다양한 인종에 걸쳐 있다. 특히 베트남계 다이 리 당선자는 시드니 지역구에서 노동당 거물급 백인 후보를 눌러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그간 호주 의회는 백인 일색으로 아시아계나 인도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지금도 아시아 출신들은 폭행이나 살인강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곳곳에서 크고 작은 인종차별 시비가 이어지는 게 현실이다. 아시아계 국회의원 몇 명 나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바도 있다. 단일민족국가에서 다문화국가로 넘어가는 우리로서는 호주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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