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자동차융합기술원장  

기술의 발전 단계를 구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1990년대에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산업 신기술의 성숙도를 평가하고 기술투자 위험도를 관리할 목적으로 처음 고안한 TRL(Technology Readiness Level) 관리기법이 일반적이다. 
TRL의 단계별 구분은 기초연구단계(TRL 1~2) - 실험단계(TRL 3~4) - 시작품단계(TRL 5~6) - 제품화단계(TRL 7~8) - 사업화(TRL 9) 단계로 구성된다. 정부 시행 R&D의 대부분은 기초연구단계인 TRL 2단계, 실용 목적의 아이디어와 특허 등 개념 정립에서 시작하여 제품화단계인 TRL 8단계, 시제품 인증 및 표준화까지를 지원한다. 최종 단계인 TRL 9단계의 사업화는 철저히 민간영역에 해당한다. 
기술개발은 개발 환경에 따라서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기업의 규모, 기술 수준, 참여 연구원 정도 등이 산업별 및 지역별로 여건이 각각 다르기에 전국적으로 동일한 잣대로 획일적으로 평가하고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정부 사업 R&D 성공률이 98%라고 한다. 이는 처음부터 성공이 계획된, 즉 절대 실패하지 않을 계획을 기획하지 않았나 하는 평가도 있는 실정이다. R&D에 실패하면 연구과제 수주는 물론 연구팀, 관리부서 등이 책임을 우려하는 현실에 비해 실리콘밸리의 경우는 80%가 창업에 실패하지만 실패가 귀중한 자산이 되어 성공의 자양분으로 작용하는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 
전북도와 기술원에서는 동일한 잣대로 적용하는 정부의 R&D 수행 기준에 지역 실정에 부합한 기준을 보완 추진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예타면제 사업인 ‘상용차 혁신성장 프로젝트’는 전국 공모가 기본이나 지역기업이 주도 내지는 참여하도록 지침을 보완, 외지 기업이 참여할 경우엔 과제 선정 후 지역에 투자하도록 실용화 전략을 추진했다. 그 결과가 새만금에 1천억 원을 투자한 ㈜이씨스(송도 소재) 이다.
그동안 기업의 수준별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사업화를 도모하는 대체인증부품 개발 등 다양한 자동차산업 육성 정책을 수립 시행해왔는데 이에 기업이 늘고 생산 품목이 다양화하는 등 산업적 측면과 고용 측면에서 일정부분 성과를 거뒀다. 
 자동차 산업의 위기에서 우리는 특정 완성차에만 납품하는 전속 납품의 한계와 위험에 대해 소중한 경험을 하였고, 전북 군산형 지역상생형 일자리 등을 통해 전기차와 친환경차로의 대전환의 시기에 능동적으로 대비해 왔다. 한계를 지닌 부품업체의 기술개발 애로 해소 방안으로 전북형 30대 핵심소재 및 부품 기술개발사업과 민관 상행협력형 단기 부품 기술개발사업을 올 하반기에 본격 추진한다.
전북형 30대 핵심소재 및 부품 기술개발사업은 중앙 단위의 산업핵심(원천) 기술개발사업과 다르게 지역의 현실과 기업의 기술 수준을 반영 지원한다. 지역을 대표할 소재와 부품을 선정하고, 역량을 고려하여 속도감 있는 수요자 중심의 기술개발을 목표로 한다. 국내 시장을 확대해 다양한 기업에 납품을 추진하고  글로벌 납품까지 연결하는 선도적인 소재와 부품 개발을 추진한다. 
민관 상생협력형 단기 부품 기술개발 사업은 부품공급생태계를 확고히 하는 사업이다. 확실한 사업화가 가능한 부품에 대해 전북도와 군산시, 김제시 등 지자체가 펀딩하고 동일한 지원금을 수요기업이 대응투자  하는 형태이다. 투자가 확정된 수요기업으로부터 확약서를 받은 부품에 대해서만 지원하기 때문에 사업화와 공급처 확보는 기본이다. 올해는 타타대우상용차가 수요기업으로 참여하는 것이 확정되어 부품업체 선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산업과 기술은 그리고 기업은 지속해서 변화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거나 리딩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되고 결국 도태된다. 이 사업이 실용적인 전북형 R&D의 시금석이 될 수 있도록 산학연관의 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데 힘써 노력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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