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근, 국사편찬위원회 지역사료조사위원·지리산문화자원연구소장

조선시대 소리꾼에게 장수(長壽)와 건강과 명창을 얻게 해주는 비밀코드가 있다.
그중에 으뜸은 치아(이빨)를 관리하는 것에 있다.

지리산에 살던 소리꾼들은 잔병치례 없이 오랫동안 명창의 명예를 지키며 살았다. 조선시대의 평균수명이 50세 내외였던 것에 비해 그들은 평균 60세를 넘게 살았다.

삶의 환경이 녹록치 못한 상황에서장수와 건강과 득음을 얻었던 삶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동편제 소리꾼들은 대부분 득음을 통해 명창이 되었다. 어린 소리꾼이 명창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소리가 만들어 질 때까지오랜 세월동안 피나는 소리수련을 해야 했다.

그렇게 자신의 소리를 만들기까지 정진하다 보면 50이 넘고 60이 넘어서야 명창이 된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득음의 경지에 다다를 무렵이 되면 나이가 들고 이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이빨이었다.

소리는 익어 가고 득음을 얻은 명창의 목적지는 다가오는데 이빨이 빠지는 나이가 되니 명창이 된들 소리를 제대로 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소리꾼들이 평소에 중요하게 앞서서 관리하던 것이 치아였다. 소리는 입을 통해서 해야 하고, 소리 발음에 이빨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치아가 빠지고 발음이 새어서 소리가 안 된다. 그러니 치아 관리는 평생 동안의 일과이어야 했던 것이다.

소리꾼들의 치아 관리를 위해서는 소금과 솔잎가루가 필요했다. 그래서 소리꾼들의 휴대품에는 솔잎 가루를 섞은 소금을 넣어서 가지고 다니는 대나무 통이 필수였다.

소리꾼의 휴대품 중 부채와 송죽염통 그리고 북채는 삼대 휴대품이었던 것이다. 송죽염통에는 손가락에 두어 번 감을 길이의 짚도 들어 있었다.

짚을 손가락에 감고 송염을 묻혀서 식사 후마다 칫솔질을 하는 방법으로 치아관리를 했던 것이다.

그래서 명창은 이빨로 태어난다는 말이 생겨났다. 소리꾼이 평생 동안 관리해야 할 것은 목과 치아. 목은 무리하지 않게 쓰며 치아는 한끼도 거스름 없이 닦는 것이었다.

평소에 단것 멀리하고 단단한 것 살펴서 먹으며 짚을 손에 감아 솔잎가루 소금으로 밥 먹고 나서 칫솔질한 후따뜻한 물로 헹구어 내는 일로 치아관리를 생활화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득음을 한 명창 중에 치아가 부실한 소리꾼은 일반인들 보다는 적었던 것 같다.

동편제 소리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이빨 닦는 소금은 남원 운봉 만석꾼의 소리청에서 소리 값으로 받은 것이었다.

지리산의 소금길인 염두고도의 화개장터에서 가져온 소금이 그것이었다. 소리꾼이 그 소금과 솔잎을 돌확에 찧어서 만든 솔잎가루를 섞어넣은 송염죽통이나, 소금주머니를 허리에 차고다녔던 것은 명창의 소리수명을 늘려주는 품새 나는 불로염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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