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에 사는 송병수(81)할머니의 여름철 낙은 ‘무더위 쉼터’인 경로당을 찾아 이웃과 담소를 나누는 일이었다. 
그러나 달궈진 집안 공기와 뜨거운 햇볕을 피하게 해줬던 경로당 문은 코로나19로 약 3년간 굳게 닫혔고, 송 할머니를 비롯한 이웃들은 시원하게 쉴 곳 없이 여름을 나야 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다시 더위를 피할 곳이 생겼다. 경로당이 다시 문을 열고 무더위 쉼터 기능도 회복되면서다.
송 할머니는 “그때는 아무리 더워도 경로당에 들어올 수가 없어서,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 시간을 보냈었다”며 “올해 운영이 재개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고 웃어 보였다.
더운 날씨 속 전주지역 경로당을 비롯한 무더위 쉼터들이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노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찾은 전주시 진북동 한 경로당. 안쪽에서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와 함께 선선한 바람이 흘러나왔다. 지난해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폐쇄합니다’ 안내문과 함께 문이 굳게 닫혀있던 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올해도 이르게 찾아온 무더위 탓에 경로당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콧잔등에는 벌써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올해 초 경로당이 재개관하고부터는 매일 6~7명가량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는 것이 이날 만난 어르신들의 설명이다.
연신 손부채질을 하며 경로당에 들어선 박덕례(76)할머니는 “집에 혼자 있기도 하고, 전기세도 오른다고 하니 에어컨 틀기가 정말 무섭다”면서 “올해도 창문을 열고 자지 않고선 못 버틸 정도로 덥다는데 경로당까지 문이 닫혀있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전주시 덕진동 한 노인복지관 역시 더위를 피해 찾아온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이날 만난 김정숙(74) 할머니는 “집에 있을 땐 덥고 힘들었는데, 여기 오니 시원하고 좋다”며 “코로나가 잠잠해지면서 이렇게 밖에 나와 모여 얘기도 나누고, 얼굴 보니 즐겁고 재밌다”고 이야기했다.
김용기(77) 할아버지도 “코로나로 모이지 못할 때는 더워도 집에서 쉬고 그래야 하다 보니 우울해지고, 힘도 없어지고 악순환이었다”며 “시원한 곳에 모여 맛있는 밥도 먹고 또 만나서 가족처럼 잘 지내니 좋다”고 전했다.
한편, 전주지역에서는 경로당과 공공시설을 비롯해 총 711개소의 무더위 쉼터가 운영되고 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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