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물가상승 기조가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야기한 원유와 곡물가격의 거침없는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세계경제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우리도 이런 위기의 파고에 예외일수는 없어서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 조사’에 따르면 이 기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지난 2012년 4월 3.9%이후 10년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특히 5월의 3.3%에 비해 한 달 만에 0.6%포인트가 상승한 것은 2008년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최대 상승폭으로 실제 지난 5월 소비자물가는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5.4%에 달했다. 소비자들이 물가에 대해 느끼는 불안심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대책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통화긴축에 집중되면서 치솟는 금리 역시 서민가계를 심각하게 옥죄고 있다. 급격한 금리인상이 경기침체라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음에도 당장 물가를 잡는 것이 급선무가 될 만큼 일반이 체감하는 고물가 위기가 가져다준 충격파는 깊고 넓고 크다. 이달부터는 전기·가스요금이 동시에 오르는 등 공공요금인상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까지 가세했다. 

더구나 증시가 연일 바닥을 치고 환율이 달러당 1300원대를 오르내리며 외환위기 때를 방불케 할 만큼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위기는 산업분야로 까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수출이 늘었음에도 원자재 수입가격이 오르는 바람에 올 상반기 무역적자는 103억 달러로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정도다. 과거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들은 수출단가가 올라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였지만 지금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오히려 손해의 폭이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트리플악재로 인한 초대형복합위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까지 나올 만큼 우리경제 위기는 심각하다. 불안한 국제정세에 기인한 부분이 적지 않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외부 탓으로 돌릴 수만도 없는 일이다. 우리경제 전반에 걸쳐 믿을만한 구석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 대한 불안감 해소를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강력한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이 시급하다. 30년 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란 슬로건으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막았다. 경제 망치면 정권은 필연적으로 망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님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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