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고물가로 힘든데 무전취식까지 당하고 나니 힘이 빠집니다”

전주시 삼천동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A씨(38)는 최근 한 달간 3차례에 걸쳐 이른바 ‘먹튀(무전취식)’를 당했다.

뒤늦게 확인해 본 CCTV에는 A씨와 종업원들이 계산대를 비워둔 사이, 계산하지 않은 채 자리를 뜨는 손님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A씨는 “처음에는 연락을 기다려보려고도 했지만, 죄송하다며 연락해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며 “이곳저곳 수소문도 해보고, 경찰에 신고도 한 뒤에야 겨우 연락이 닿아 돈을 받은 일도 있었지만, 경찰에서도 찾지 못한 경우도 간혹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렇게 걸린 사람들은 ‘술에 취해 잊어버렸다’고만 할 뿐 제대로 사과 한 번 한 적이 없다”며 “갈 때는 안 걸리면 되는 거고, 걸리면 ‘그 돈 내면 되지’라는 태도가 눈에 보여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얼마나 화가 나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코로나19와 고물가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은 가운데, 위 사례처럼 ‘무전취식’을 일삼는 손님들이 이들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하고 있다.

27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2019~2021)간 전북지역에서 통고 처분된 무전취식 건수는 총 443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9년 176건, 2020년 186건, 2021년 81건 등이다. 올 상반기까지도 총 66건의 무전취식 통고처분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무전취식을 항의하는 술집 주인에게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입건된 사례도 있었다.

실제 지난달 14일 오전 2시께는 전주시 중화산동 한 주점에서 수십만 원 상당의 양주를 시켜 마신 뒤 계산을 요구하는 업주를 폭행한 40대가 사기 등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전주시 중화산동 한 호프집 관계자는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부터는 명부를 등록하지 않아도 되어서인지 부쩍 무전취식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 같다”며 “가끔 정말 잊어버리셔서 곧 연락해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감감무소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 그래도 힘든 자영업자들 더 힘들게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라고 토로했다.

소위 ‘동네 장사’ 하는 소규모 점포들의 경우 무전취식을 당하더라도 행여 ‘저 집은 손님을 신고하는 집’이라는 소문이 퍼질까 신고를 못 하는 경우도 많다고 이날 만난 자영업자들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무전취식의 경우 경범죄 처벌법으로 통고 처분되는 경우가 많지만, 고의성이나 상습성 등이 입증될 경우 사기 혐의로도 처벌될 수 있다”며 “금액이 많지 않다 보니 안일하게 생각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무전취식도 엄연한 범죄”라고 강조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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