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350m 분지형 마을에 들어가면 절로 신선이 된다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여름 휴가철에 방문하기 좋은 곳은 과연 어느 곳일까? 장마와 폭염이 교차하며 도심지를 훌쩍 떠나 자신을 위로하고 싶은 계절이 오면 항상 고민하는 질문이다.

이런 고민을 일거에 훌쩍 날려줄 수 있는 곳이 바로 완주군 소양면의 소양위봉마을이다. 위봉마을은 해발 350m 분지에 있어 진입하자마자 바람이 다르고 느낌이 생경할 정도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분지형 마을로 들어가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 바로 이곳이구나, 라고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특히 약 16km에 이르는 위봉산성 성벽 돌길을 시작으로 마을 주변을 산책하다 보면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 지는 등 제대로 힐링 할 수 있다.

소양위봉마을은 전주시 중심지에서 약 50분가량 걸리고, 전주 외곽에서 차량을 몬다면 20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덕분에 전주시내와 이마를 같이 하면서 깊은 산골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원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소양면 소재지에서 송광사를 지나 고개 너머로 차량을 몰다보면 신비한 곳처럼 마을이 나온다. 사실 소양위봉마을은 그리 크지 않다. 가구 수는 30여 가구 정도로 아담하고 작은 마을인데, 인근 대도시인 전주 시내에서 접근하기가 좋고 주거 환경도 만족스러워 귀촌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일찌감치 들어온 곳이기도 하다. 위봉마을의 한 주민은 “30여 가구 중에서 절반은 원주민이고 나머지 절반은 외부에서 귀촌한 가구”라며 “원주민의 상당수는 70대 이상 고령이어서 인심도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위봉마을은 완주군의 대표 명소인 위봉산성과 위봉사, 위봉폭포가 감싸고 있다. 위봉산성은 2019년에 월드 클래스인 BTS가 촬영한 곳으로 유명세를 더했다. 산성이라고 해서 땀을 흘리며 올라가야 할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도로가에서 바로 이어지는데, 여기가 바로 서문이 있던 자리이다. ‘위봉산성’은 조선 후기에 변란을 대비해 주민들을 대피 시켜 보호할 목적으로 험준한 지형을 이용하여 쌓은 산성이다. 다른 산성과는 달리 군사적 목적뿐만이 아니라 유사 시 태조 이성계의 어진(御眞)을 모시기 위한 행궁을 성 내부에 두는 등 조선 후기 성곽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서문에서 길을 건너면 성벽을 따라 오르는 길이 있다. 입구 평지 쪽 성벽은 복원이 되어 있지만 오르막이 시작되는 곳부터는 옛 성벽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오르막은 산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인데, 나무를 이용해 계단길을 만들어 놓았다. 주저앉은 옛 성벽은 계단과 거리를 두고 함께 산 위로 향하고, 계단 왼쪽에는 편백 숲길이 있어 아름다운 계단길을 감상할 수 있다. 편백 숲이 좋은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편백 숲길을 걸으며 명상을 즐겨도 좋고, 그저 조용히 아무 생각 없이 산책을 해도 힐링이 절로 된다. 편백 숲길은 마을 체험센터 방향으로 향하는데, 전체 길이가 2km 정도여서 체험활동과 연계해 많이 이용하고 있다.

마을 안쪽 산 아래에는 발길을 옮기면 ‘위봉사’가 나온다. 언제 찾아도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계단 위에 날렵하게 서 있는 일주문을 지나면 사천왕문과 누각으로 오르는 계단을 맞는다. 보물 제608호인 보광명전을 보려면 계속되는 돌계단을 오르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작은 터널이 나오고, 터널을 지나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이면 위봉폭포를 볼 수 있다. 사계절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곳으로 방문객들의 환호성이 절로 나온다. 도로에서 마을 안길을 통해 위봉사로 가다 보면 논둑에 걸쳐 있는 커다란 바위를 볼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바위를 거북바위라고 부르고 있다. 거북이 모양을 닮았는데 목 부분이 잘린 형상이다. 언제 어떻게 잘렸는지는 정확히 전해지지 않지만 지금부터 100년 이전에 잘렸다고만 알려진다.

위봉사에서 800여m를 내려가면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도예체험 공간이 있다. 봉강도예체험 공간인데, 도자기 체험과 물레 체험, 전통가마 견학이 가능하다. 흙과 함께 행복하고 건강항 시간을 만들 수 있는 힐링 공간이다. 산속이라서 경관도 좋고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할 수 있는 곳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봉강요는 도예가 진정옥 작가의 작품을 전시해 놓아 전시품을 감상하려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하나하날 멋진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시간이 언제 그렇게 흘렀나, 라고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위봉마을은 건강한 먹거리를 직접 농사해서 지어먹는 귀촌인이 적잖다. 산비탈이 조금 험해 밭농사가 쉽지 않지만 옆집과 공동 텃밭을 만들어 놓고 함께 짓는 귀촌인들도 있다. 공기가 좋고 건강한 먹거리를 섭취하면서 몸의 변화를 느끼려는 사람들도 만족하고 있다. 사실, 위봉마을은 귀촌하기 좋은 환경에 속한다. 귀촌한 주민 수가 마을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는 사실이 그것을 말해주지만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되어 있는 점도 그렇다. 구들장이 설치되어 직접 장작불을 지펴 난방을 하는 체험이 가능한 숙박 공간도 있다. 황토구들장 숙박이 바로 그것인 데, 근처에 산과 개울물이 어우러져 있어 산책하기도 최고라는 평이다. 밤에는 별자리를 육안으로 찾아 볼 수 있는 청정한 환경을 자랑하기도 한다.

소양위봉마을은 송광사와 오성 한옥마을, 위봉사로 이어지는 완주군 관광벨트의 중심에 있는 마을이다. 여름에는 해바라기가 만개해 장관이다. 경치가 수려하고 공기가 좋아 전원주택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마을이다. 예전에는 오지의 작은 농촌 마을에 속했지만 지금은 마을 풍경이 상당히 바뀌었다. 위봉마을은 농촌휴양마을과 팜 스테이 마을로 지정되면서 마을에서 ‘위봉산성 체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숙소인 체험마을센터는 도로와 인접해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 체험센터 뒤로는 걷는 산책길도 조성되어 있어 힐링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난 2019년 9월부터 시작해 구들장 숙박 체험과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하고 있다. 예약한 방문객이 도착하기 전에 장작을 태워 뜨근뜨근하게 방을 데워 놓는다. 해발 350m의 고지라서 따뜻한 구들장 체험은 잊지 못할 기억이 된다. 조용하게 여행하고 싶다면 개별여행을 계획해 보고, 아이들과 함께 왔다면 도예체험, 수제 버터쿠키체험, 쑥 염색 체험, 비누 만들기 체험 등이 권장된다./완주=임연선기자lys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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