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전북 전주시 중앙시장 일원에서 한 노점 상인이 더위로 흘러내린 땀을 닦으며 부채질 하고 있다. /장경식 기자·guri53942@

“물가와 기온은 오르고 제 기운은 땅으로…”

고온다습한 날씨와 고물가, 경기침체까지 더해져 전북지역 내 전통시장의 상인들이 '삼중고'를 겪고 있다.

2일 오전 10시 10분께 찾은 전주시 완산구 서부시장. 하루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간이었지만 문이 굳게 닫힌 점포가 있는가 하면, 문은 열었지만, 손님이 없어 상인들은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마저도 후텁지근한 날씨 탓에 상인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더위를 달랬다. 일부는 좌판에 놓인 식자재가 상할까 봐 노심초사하며 그늘막을 치거나 얼음을 끼얹었다.

시장 주변을 돌다 보니 지친 표정으로 시들어버린 산나물들을 골라내는 상인도 있었다.

이날 만난 상인 강모(82)씨는 “두부뿐만 아니라 고추도 다 썩어 적은 양을 가져와도 날씨 탓에 전부 상해 내버릴 수밖에 없다”라며 “더워 죽겠는데 손님 때문에 바쁜 게 아니라 썩은 거 골라내고 버리느라 더 바쁜 것 같다”라고 호소했다.

강씨는 말을 하는 와중에도 상태가 좋지 않은 채소들을 걸러내느라 손과 발이 매우 분주했다.

날씨 탓인지 얇아진 지갑 탓인지 소비자들을 시장에서 찾기란 마치 하늘의 별 따기였다.

같은 날 11시께 찾은 전주시 덕진구 모래내시장에서는 상인과 손님이 물건값으로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상인 김모(79)씨는 “손님이 2000원 안 줄려고 해서 나도 따졌다. 가격 너무 올라서 원가로 밑지고 장사해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라며 “단골들도 오지 않고 파리만 날린다. 어쩌다 온 손님은 깎아달라고만 하니 눈 질끈 감고 원하는 가격에 줄 수밖에 없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에겐 팔지 못한 식자재도 하나의 골칫거리다. 한 생선가게 주인은 팔 수 없는 생선을 처리하기 위해 탕탕 내리치기도 했다.

무더운 날씨를 이기지 못해선지 오후가 되자 문을 닫고 귀가하는 상인들도 보였다.

이처럼 전통시장은 힘겨운 여름나기를 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좋지 않은 위생, 갖춰지지 않은 냉방·냉장 시설 등을 이유로 전통시장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주부 구모(65)씨는 “물가가 올랐다고 해도 마트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줄곧 전통시장에서 장을 봤다”라면서도 “식자재가 쉽게 상하는 여름철에는 상한 채로 널려있는 각종 식자재를 목격하기도 하고 비위생적인 상인들도 가끔 목격해 이용하기가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조은우 수습기자·cow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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