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의 위기를 말하는 것은 이제 식상한 일이 돼버렸다. 문제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방대 위기를 걱정하지만 이에 대응하는 적절한 정책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정부나 정치권에서 의사결정권자들이 모두 서울에서 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위기에 대한 인식은 아주 낮다. 오히려 지방대의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정책들만 눈에 띈다.

  지방대의 양적 비중은 상당히 크다. 비수도권 소재 대학으로 지방대를 정의하면 전국 대학 정원의 35%가 지방대의 몫이다. 이는 수도권 인구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점을 감안하면 아주 많은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적은 수준도 아니다. 서울을 포함한 인수도권 대학의 정원은 다 합해 전체 정원의 19% 정도에 해당한다. 나머지는 방송통신대와 원격대학, 특수대학, 전문대학 등이 차지한다.
  그런데 지방대의 중요성은 양적인 것보다는 존재 이유에 있다. 지역소멸이라는 재앙을 막는 강력한 기구가 바로 지방대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지역의 절반이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인구는 계속 줄고 그마저도 지방을 떠나 수도권으로 항하는 현실이다. 특히 지방의 젊은이들은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너도나도 수도권으로 간다. 이를 막는 역할은 지방대에 달려 있다. 지방대학이 잘 돼야 젊은이들이 지역에 남는다. 또 질 좋은 교육을 통해 좋은 인재가 많이 배출되면 기업은 자연스레 그곳으로 온다. 그러면 지역격차가 줄고 지역 균형발전이 가능해진다. 어떻게든 지방대를 살려야 할 이유다.
  그럼에도 현재로선 지방대 장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학령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수도권 쏠림 현상은 더욱 기승을 부릴 기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는 현재 385개에 이르는 국내 대학수가 2046년에는 190개로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지방대는 60%가 문을 닫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산과 대전 등 전국 7개 권역 대학총장협의회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완화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총장들은 이 조치로 지방에서 수도권으로의 인재 유출이 심해진다며 “지방대도 살리고 반도체 인력도 양성하기 위한 고민 없이 대학 정원 증원이라는 손쉬운 방식으로 인력을 양성한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새 정부는 국정과제의 하나로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하지만 이번 정책에서도 보듯 그저 구호에 그친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국정이 수도권만으로 운영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이 다 골고루 잘살아야만 국가도 건실해진다. 지역의 붕괴를 목전에 둔 지금 지방대 살리기는 최우선의 국정과제가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물론 정치권, 교육계가 머리를 맞대고 지방대 구하기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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