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는 아주 흥미로운 바닷물고기다. 생김새부터 교미 모습, 발효 등 다양한 요리법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별난 생선이다. 호불호도 엇갈려 아예 입에 대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거의 중독 상태에 있는 애호가도 있다. 안타깝게도 국내 어획량이 극히 적어 국내 수요의 99%를 칠레 등 해외산으로 채우고 있다.

  홍어에 대한 기록은 꽤 많다. 우리나라 조상들도 홍어를 별스럽게 생각해 이에 대한 기록을 많이 남겼다. 명칭도 희한하다. 홍어 외에도 태양어, 연잎을 닮았다 해서 하어라고도 했으며 생식이 괴이하다 하여 해음어(海淫魚)라는 이름도 붙어 있다. 해음어는 바다의 음란한 물고기라는 뜻인데 수컷의 생식기가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 데다 가시가 돋아 있고 교미할 때 이를 박고 사용하는 데서 비롯됐다. 사람들은 이 생식기를 쓸모 없고 방해가 된다 해서 보는 족족 잘랐다.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지방별로 홍어를 부르는 이름도 가지각색이다. 전남에서는 홍에 혹은 홍해라고 부르는가 하면 전북에서는 간재미로, 경북에서는 가부리로, 평안도에서는 간쟁이로 함경남도에서는 물개미라고 했다. 
  산지는 전국에 걸쳐 있었다. 세종실록지리지를 보면 경기 강화도를 비롯해 충청도 당진, 서산, 태안, 보령, 서천과 경상도 울산, 사천, 하동 그리고 평안도 용천이라고 나온다. 의외로 지금의 주산지인 전라도 흑산도가 빠져 있다. 
  홍어잡이는 주낙을 이용한다. 긴 줄에 미끼가 달린 혹은 미끼가 없는 낚시바늘을 매달아 홍어가 지나는 길목에 내린다. 흑산도에서는 주로 미끼를 달지 않고 미늘 없는 낚싯바늘을 쓰는데 지나던 홍어가 이에 걸리는 방식이다. 미끼가 없기 때문에 시간 제약 없이 언제든지 낚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작년 군산지역 홍어 위판량이 전남 신안군 흑산도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군산수협이 집계한 바로는 지난해 군산에서 위판된 홍어는 1천417톤으로 전국 3천121톤의 45%를 차지했다. 이는 전남 신안보다 3.4배 많은 양이다. 군산 홍어 위판량은 2018년 36톤에 불과했다. 값도 싸서 군산 홍어는 흑산도 홍어의 절반 값이라고 한다. 게다가 흑산도 어선까지 군산 앞바다로 와서 조업한다고 한다.
  이처럼 군산이 홍어잡이 중심지가 된 것은 역시 해수 온도 상승 덕분이다. 서해안 해수 온도가 1.5도 상승함으로써 수온에 민감한 홍어들이 군산 인근 어청도 부근으로 이동한 것이다. 군산시는 반기는 분위기다. 수협 등에서도 홍어를 지역대표상품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기후 변화 탓에 바다 생태계가 바뀌는 것을 마냥 좋아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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