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전라북도 정읍시를 방문한 24일 전북 정읍시 태인 3·1운동 기념탑에서 관계자들과 함께 참배를 하고 있다. /박상후기자·wdrgr@ (사진 왼쪽부터 고경윤 정읍시의회 의장, 이학수 정읍시장,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김영진 3.1운동 UN유네스코등재기념재단 이사장 순)

“‘사죄했다고 더는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는 태도로는 한일관계 문제가 절대로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24일 오후 2시 30분께 찾은 전북 정읍시 태인면 태성리에 위치한 3·1운동 기념탑.

1919년 3월 태인 시장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독립을 요구한 호국영령들을 기리는 곳인 만큼, 주변에는 엄숙한 분위기가 흘렀다.

탑이 제법 가파른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던 만큼 막 계단을 올라 온 사람들의 콧잔등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었다.

이날 이 자리를 찾은 50여 명의 사람은 조용한 가운데서 묵묵히 하토야마 전 총리를 기다렸다.

그는 앞서 이날 오전 전남 진도에서 열린 왜덕산 위령제에 참석한 뒤, 오후 3시께 이곳 기념탑 현장에 도착했다.

탑 앞에 선 하토야마 전 총리는 다른 이들과 함께 태극기를 보며 가슴에 손을 얹고 국기에 대한 경례에 동참했다. 이어진 묵념 시간에는 누구보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날 “3·1운동은 일본의 식민 치하에서 벗어나기 위한 운동으로, 당시 많은 생명이 희생됐다”라며 “이에 대해 일본인으로서 깊이 사죄드린다”라고 사과했다.

그의 참배 모습을 본 인근 마을 주민 김모(62·여)씨는 “일본 전 총리가 와서 참배하고 사과한다니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며 “선조들의 일로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사과해주니 진심으로 고맙다”고 전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참배 이후 정읍시청에서 진행된 ‘세계평화 및 한일 문화 경제 협력 교류 특별강연’에서도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적극적인 사과와 이를 통한 한일관계의 개선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한일 양국 간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태도가 중요하다”라며 “일본이 무한 책임감을 가지고 한일관계에 대해 노력한다면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은 위안부와 조선인 강제 징용 문제 등에 대해 더 이상 논의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라면서 “일본은 과거 전쟁을 일으키고 식민지화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지 말고 사죄해야 한다. 많은 일본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 사죄하는 마음이 생기면, 상대방도 용서해 줄 수 있는 마음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